돌아가신 부모님 대신 17살때 부터 여섯 동생 자식처럼 키운 부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21일 14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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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제 우정민 씨 ‘부부의 날’ 모범부부 대상
‘두 팔 없는 철인’ 김황태 씨 부부 등 20쌍도
내달 21일 경남 창원 도계부부시장서 시상식

세계부부의날위원회는 ‘부부의 날’ 모범부부 대상에 박원제 씨(56) 우정민 씨(55) 부부 등 20쌍을 선정하고 다음 달 21일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사진은 2023년 우 씨의 막내동생인 우정실 씨(신부) 결혼식에서 혼주석에 앉은 부부와 가족의 모습. 우정실 씨 제공
“사랑을 선택하고 그 책임도 함께하는 것이 부부입니다. 여섯 명의 동생을 끝까지 책임지며 키워낸 것이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럽습니다.”

박원제 씨(56) 우정민 씨(55) 부부는 세계부부의날위원회가 주최하는 ‘부부의 날’ 기념식 모범 부부 대상에 선정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우 씨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뒤 박 씨와 백년가약을 맺고 함께 여섯 명의 동생을 헌신적으로 키워내 지역 사회에 깊은 감동을 줬다.

경남 산청에서 화목한 가정을 꾸려온 우 씨 부모님은 37년 전인 1987년 진주에서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7남매의 맏이인 우 씨 나이는 불과 열아홉 살이었고 막내는 겨우 3살이었다고 한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우 씨는 대학 입학을 포기하고 이듬해 김해 공장에 취업하며 여섯 동생을 책임질 가장이 됐다. 이 직장에서 박 씨를 만났다.

둘은 사랑을 키워갔고 사랑이 깊어질수록 고민도 커져갔다. 우 씨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 여섯 명을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같이 극복하기로 결심하고 20대 중반에 결혼했다. 부부는 결혼한 뒤 여섯 명의 동생을 성인이 되고 결혼할 때까지 책임지며 키워냈다. 여섯 명의 동생을 양육하는 우 씨의 책임감과 박 씨의 사랑과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부모님을 여의었을 당시 세 살 막내였던 우정실 씨(40)는 언니 부부와 함께 살며 성인이 됐고 간호대학에 진학했다. 졸업 후에는 학창 시절 장학금을 받은 인연이 있는 창원한마음병원에 2006년 입사했고 재작년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2017년 10년 장기 근속자가 된 정실 씨는 근속자의 부모님을 대상으로 해외 여행을 보내드리는 복지 제도를 알게 됐다. 근속자의 부모님만 보내드릴 수 있기에 우 씨에겐 해당 사항이 없었다고 한다. 우 씨는 고민 끝에 병원 측을 찾아가 “부모님을 대신에 언니와 형부가 저를 키워줬다”며 “부모님 같은 존재인데, 이 기회를 언니와 형부에게 꼭 주고 싶다”고 부탁했다. 병원 측은 흔쾌히 이를 받아들여 박원제 우정민 씨 부부는 3박 5일간 태국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고 한다. 정실 씨는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렸을 때 저와 나이 차가 많이 나지 않는 조카들을 데리고 놀이동산에 함께 소풍을 갔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언니와 형부는 내겐 부모님과 다름 없는 분이다. 동생들을 향한 희생과 사랑에 존경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부부의 날은 1995년 5월 21일 경남 창원시에서 권재도 목사 부부에 의해 시작돼 국민 청원을 거쳐 2007년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가정의 달 5월에 둘(2)이 하나(1) 되자’라는 뜻이 담겨 있다. 위원회는 이들 부부와 함께 2024 파리 패럴림픽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종목에 국가대표로 첫 출전한 ‘두 팔 없는 철인’ 김황태 씨(48)와 아내 김진희 씨(48) 부부 등 20쌍에 부부상을 수여할 예정이다. 부부의 날 기념식은 다음 달 21일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창원호텔에서 열린다. 하충식 세계부부의날위원회 총재는 “부부의 날을 통해 가족의 힘과 헌신, 다뜻한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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