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태’를 ‘TA’로 썼다고 변경 거부
“일종의 가이드라인, 구속력 없어”
여권의 영문(로마자) 이름이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로마자 표기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영문명 변경 신청을 거부한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A 양(5)의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여권 로마자 성명 변경 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2월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양의 부모는 2023년 8월 A 양의 여권을 신청하면서 원고의 이름 중 ‘태’ 자를 ‘TA’로 적었다. 그러나 발급 담당이었던 수원시 측은 해당 표기가 로마자 표기법에 어긋난다며 ‘TAE’로 바꿔 여권을 발급했다. A 양의 부모가 영어 이름을 신청했던 대로 다시 바꿔 줄 것을 신청했지만 외교부는 불가 처분을 통지했고, 결국 A 양의 부모는 2023년 1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문체부 고시 표기법은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일 뿐”이라며 출입국 심사·관리에 어려움이 초래되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외국식 이름에서 모음 ‘A’를 [æ]로 발음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상식적으로도 ‘cap(캡)’, ‘nap(냅)’ 등 ‘A’를 ‘æ’로 발음하는 단어를 무수히 찾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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