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3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폭력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폭력을 당할까봐 두렵다’라고 답한 여성도 10명 중 4명이었다. 디지털 성범죄, 교제폭력 등 여성의 폭력 피해는 3년 전 조사보다 늘어 사회 안전도가 후퇴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여성의 폭력 경험-공포 3년 전보다 높아져
24일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9∼11월 성인 여성 702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 여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36.1%는 성폭력, 스토킹 등을 한 번 이상 경험했다고 답했다. 2021년 조사(34.9%)보다 1.2%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이번 조사에서 새롭게 추가된 피해 유형인 스토킹을 제외하고 3년 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비교해도 35.8%로 0.9%포인트 증가했다. 최근 1년간 여성폭력을 경험한 비율도 7.6%로 1.4%포인트 늘었다.
성적 폭력을 당했다고 밝힌 응답자가 절반 이상(53.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정서적(49.3%), 신체적(43.8%), 통제(14.3%), 경제적 폭력(6.9%), 스토킹(4.9%) 등의 순이었다. 32.2%는 2차 피해도 겪었다고 했다. 이들은 주변 사람들이 피해 사실을 사소화(40.3%)하거나 가해자와의 합의 화해 용서를 권유하거나 종용(18.3%)했다고 답했다. 주변 사람이 타인에게 피해 사실을 밝힌 사례(17.7%)도 있었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폭력 피해도 늘어났다. 배우자나 연인 등에게 평생 한 번 이상 여성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19.4%로 3년 전보다 3.1%포인트 늘었다. 연인에게 평생 한 번 이상 폭력을 경험한 비율도 6.7%로 지난 조사 대비 1.7%포인트 늘었다.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 폭력의 가해자와 스토킹 가해자로 가장 많이 지목된 건 배우자와 헤어진 연인이었다.
폭력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커졌다. 일상에서 여성폭력 피해를 볼까 봐 두렵다는 응답은 40%로 3년과 비교할 때 3.6%포인트 늘었고, 두렵지 않다는 응답은 25.2%로 9.4%포인트 감소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두렵다고 느끼는 경향도 나타났다. 특히 20대는 62.5%가 두렵다고 답했다. 두렵지 않다고 답한 사람은 12.9%에 불과했다.
●여가부, 디지털 성범죄·교제폭력 대응방안 마련한다
여가부는 이날 ‘제13차 여성폭력방지위원회’를 열고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세운 ‘제2차 여성폭력방지정책 기본계획(2025~2029)’을 확정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365일 24시간 운영하고 통합 누리집을 개설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 신고와 상담을 신속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디지털성범죄 위장 수사 대상은 기존 아동, 청소년에서 성인까지 확대하고 인공지능(AI)이 딥페이크 촬영물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면 불법촬영물 삭제를 요청하는 시스템도 자동화한다.
스토킹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보호조치를 청구하는 ‘보호명령제도’ 도입 등도 검토한다. 교제관계 스토킹 사건은 신고 후 30일 이내 주 1회 모니터링하고 민간경호를 지원하는 등 안전 조치도 강화한다.
이밖에 온라인에 한정된 그루밍 처벌범위를 오프라인까지 확대하고 가정폭력, 성폭력, 스토킹, 교제폭력 등의 피해자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통합상담소도 설치한다.
조용수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은 “지난해 교제 폭력, 딥페이크 성범죄 등이 발생하면서 폭력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며 “새로운 유형의 여성폭력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피해자 보호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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