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2022년부터 보은 사업
1920년대, 일자리 찾아 일본 이주… 타지 고된 노동에도 고향 사랑 실천
월급 보내고 마을 인프라 개선 앞장… 공헌자 초청해 고향탐방-성묘 지원
1월 26일 일본 오사카 제국호텔에서 열린 관서제주특별자치도민협회(회장 고동림) 신년 인사회 및 성인식에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김일환 제주대 총장, 김완근 제주시장, 오순문 서귀포시장 등 주요 기관장이 총출동한 모습. 제주도 제공
102년 전인 1923년 제주와 오사카를 정기적으로 잇는 제판항로가 개설되면서, 제주인들의 오사카 대이주가 시작됐다. 일제강점기 제주에는 부산과 시모노세키(하관·下關)를 잇는 ‘관부(關釜)연락선’처럼 오사카(대판·大阪)로 향하는 ‘제판(濟阪)연락선’이 운영됐다.
당시 오사카는 ‘동양의 맨체스터’라고 불릴 정도로 섬유·고무·유리 등 공장지대가 확장되고 있던 시절이라 일손이 귀할 때였다. 우리나라 내륙의 경우 농업이 노동력의 대부분을 흡수하고 있었던 반면 제주는 ‘장남 상속’의 문화 특성 등으로 새로운 일거리를 찾는 젊은 인구가 비교적 많았다. 실제 제판항로 취항을 전후로 오사카의 기업가들이 제주에서 취업 설명회를 열 정도였다.
제판항로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취항 첫해인 1923년 연락선 이용 인원이 8340명에 불과했지만, 1924년 1만9385명, 1925년 2만5552명, 1926년 2만9362명, 1927년 3만6087명, 1928년 3만1465명, 1929년 3만8078명으로 매년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1929년 9월 8일 오사카 아사히신문에서는 ‘제주도에는 20만 명 정도의 인구가 있고, 그 1할이 매월 오사카를 왕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1934년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제주인은 5만 명에 달했는데, 이는 당시 20만 명이었던 제주도 인구의 4분의 1이었다.
이와 관련 2023년 5월 제주대가 공개한 ‘재일제주인 1세대 생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재일제주인은 1989년 11만7687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21년에는 7만4279명으로 크게 줄었는데, 이는 재일제주인 3, 4세대를 거치며 일본으로 귀화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고된 일본 생활 속에서도 재일제주인들은 고향을 잊지 않았다. 제주에 남아 있는 가족들을 위해 월급의 절반 이상을 보냈고, 의료시설, 감귤 묘목, 전기·전화·수도·도로 포장, 마을회관 등 고향 발전을 위한 활동을 벌였다. 실제 제주도가 1960년대부터 2000년까지 집계한 재일제주인의 기증 실적은 9533건, 452억6700만 원에 달한다. 또 제주도의 ‘재일제주인 공덕비 공헌자 조사’ 용역 결과에 따르면 도내 73개 마을에 공덕비 298기가 건립됐는데, 여기에 총 2474명의 공헌자 이름이 새겨져 있다.
제주도는 이러한 재일제주인의 공덕에 보답하기 위해 2022년부터 보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도쿄와 2023년 오사카에서 ‘공헌자의 밤’을 개최해 현지 거주 공헌자들을 초청했으며, 2023년부터는 일본에 거주하는 공헌자와 후손들을 제주로 초청하는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에도 ‘마을과 연계한 재일제주인 공덕비 공헌자 고향 방문 초청 지원사업’을 진행해 고향 탐방, 조상 및 가족묘 성묘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재일제주인) 공헌자와 그 후손들이 제주라는 뿌리를 잊지 않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펼쳐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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