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배운 심폐소생술로 엄마 살렸어요”…응급처치 교육에 힘쏟는 부천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7일 1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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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에 있는 시민학습원에서 보건소직원들이 시민들에게 심폐소생술을 가르치고 있다. 부천시 제공
“엄마가 갑자기 쓰러졌을 때 많이 당황했지만 평소 학교에서 배운 장면을 떠올리며 심폐소생술을 했어요.”

경기 부천시 부원초등학교 3학년생 정태운 군(9)은 올 1월 8일 오후 10시 반경 방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있는 어머니를 발견했다. 눈앞이 캄캄했지만 정 군은 침착하게 119에 전화를 걸어 신고했다. 이어 그동안 어린이집과 학교에서 4차례에 걸쳐 배운 심폐소생술 자세와 방법을 떠올리며 직접 가슴을 압박했다.

얼마 뒤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대는 정 군의 어머니에게 응급처치를 진행했고, 마침내 호흡과 맥박을 회복했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어머니는 닷새 만에 의식을 되찾았고 지금은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은 “정 군이 어린 나이에도 위급한 상황에서 빠르고 침착하게 대처해 어머니의 생명을 살렸다”고 말했다. 정 군은 1일 부천시청에서 열린 ‘제103회 어린이날 기념식’에서 모범 어린이 표창장을 받았다.

부천시가 갑작스런 사고 등으로 위기에 처한 시민들의 생명을 살리는 데 필요한 응급처치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원미구에 있는 시보건소에서 매달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심폐소생술 교육이 대표적이다. 심장마비와 같은 중증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제한된 시간인 ‘골든타임’의 중요성과 응급처치의 기본인 심폐소생술을 가르친다. 또 말하거나 숨쉬기 힘든 증상을 보이는 기도 폐쇄를 비롯해 다양한 위급 상황에 따른 처치 요령도 설명하고 있다. 공공서비스 예약시스템에서 신청을 받아 선착순으로 30명씩 교육한다.

시민들은 보건소가 법정 의무교육 대상자를 위해 개설한 심화 과정(210분)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설치기관 관리책임자 과정(110분) 교육도 받을 수 있다. 간호사와 응급구조사가 연령에 따른 심폐소생술, 기도폐쇄 응급처치법, AED 사용 및 관리법 등을 실습 중심으로 진행한다. 올해는 심정지 발생 위험이 높은 연령층이 자주 이용하는 노인복지관 등을 방문해 ‘찾아가는 심폐소생술’ 교육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시가 주관하는 민방위 교육이 열리는 365안전교육장에서도 응급처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민방위 교육이 없는 시기에 ‘재난 체험교실’을 운영한다. 수강생들은 2시간에 걸쳐 심폐소생술과 AED 사용법은 물론 지진과 화재 등이 발생했을 때 대피 요령과 대처법 등을 교육받게 된다. 이밖에 시는 각종 축제와 문화예술 행사에서 체험 부스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에게 심폐소생술을 가르치고 있다.

부천소방서도 심폐소생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가 교육을 희망하는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을 직접 찾아가 가르친다. 지난해 2만7000여 명을 교육했다. 올해는 다문화 가정이나 장애인,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방문 교육을 이어갈 계획이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골든타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경우 생존율이 2배 가까이 높아지기 때문에 초기 응급처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어린이와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민이 교육을 받아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늘려 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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