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학교와 수업 공유… “적성 맞는 과목 선택해 들으니 성취도 높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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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도입 이후 학교 모습은
공동교육과정으로 공유캠퍼스 운영… 타 학교 방문해 신청한 수업 수강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 선택 가능… 개설 힘든 과목은 비대면으로 교육
서울온라인학교, 실시간 수업 운영

서울 송파구 잠실고 한문Ⅰ수업 시간. 학생들이 서울온라인학교 수업을 듣고 있다. 잠실고 제공
서울 송파구 잠실고 한문Ⅰ수업 시간. 학생들이 서울온라인학교 수업을 듣고 있다. 잠실고 제공
지난달 23일 서울 노원구 청원여고 고급화학 수업 시간. 청원여고가 개설한 수업이지만 이 수업을 듣는 25명 학생 중 18명은 청원여고 인근 남고인 청원고 학생이다. 청원여고 교실에서 여학생과 남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는다. 고교학점제의 ‘학교 간 공동교육 과정’ 중 ‘공유형 공동교육 과정(공유캠퍼스)’ 때문에 가능했다.

이 수업을 듣는 청원고 강지우 군(18)은 “평소 학교 수업을 들으며 화학1과 화학2에서 간단하게 나오는 전기화학 관련 심화 내용을 듣고 싶었다”며 “고급화학에선 평소 듣고 싶었던 전기화학 내용을 더 자세하게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해 졸업하는 제도다. 이수 기준은 수업 횟수의 3분의 2 출석 및 학업성취율 40% 이상 충족이다. 3년간 192학점 이상을 취득하면 졸업 요건을 충족한다. 올해 고1을 대상으로 전면 도입됐다.

서울 노원구 청원여고 공유캠퍼스 고급화학 수업 시간. 청원고와 청원여고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듣고 있다. 청원고 제공
서울 노원구 청원여고 공유캠퍼스 고급화학 수업 시간. 청원고와 청원여고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듣고 있다. 청원고 제공
● 과목 선택권 보장하는 ‘학교 간 공동교육 과정’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과목 선택권 보장을 위해 학생 본인이 다니는 학교에서 본인이 듣고 싶은 수업 개설이 안 됐을 때 다른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을 뜻한다. ‘학교 간 공동교육 과정’에 따른 것이다. 학생에게 다양한 과목 선택 기회를 제공하고, 진로 진학 맞춤형 개별 교육과정을 지원하는 취지다.

학교 간 공동교육 과정은 서울 전역 학생이 수강 신청을 통해 일과 시간 이후에 거점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거점형’, 지리적으로 근접한 2∼4개 학교가 협의체를 구성해 선택과목 및 진로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공유형’으로 나뉜다. 청원고와 청원여고의 공유 캠퍼스는 공유형 공동교육 과정에 해당한다.

청원고와 청원여고는 공유캠퍼스 자율협의체를 구성해 교육과정 공동 운영 및 학사 일정 등을 협의한다. 또 학교별 교육과정의 장점을 활용한 교과, 진로 진학 프로그램 등을 공유하고 있다. 두 학교는 각각 2개씩 총 4개 과목을 개설해 공유캠퍼스를 운영 중이다.

청원고는 수학과 인공지능, 고급생명과학 과목을 개설했다. 청원여고는 고급화학과 국제경제 과목을 운영 중이다. 개설 과목은 학생과 학부모 사전 수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두 학교 간 협의를 거쳐 선정했다. 공동교육 과정으로 개설된 교과목은 석차 등급을 산출하지 않고 성취도 A∼E로만 성적을 산출하는 성취평가제로 운영한다. 학생이 성적 부담보다 본인 적성에 따라 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미선 청원고 교사는 “단순히 학생이 과목을 선택해 시간표를 만들어 수업을 듣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설계한 뒤 자신이 배울 과목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학교가 돕는 것”이라면서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하기 때문에 학생의 학업적 만족도가 더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 개별 학교 과목 개설 어려울 땐 ‘서울온라인학교’


지난달 3일 서울 송파구 잠실고의 한문Ⅰ 수업에선 ‘서울온라인학교’ 수업이 한창이었다. 잠실고 학생 16명은 각자 노트북, 전자기기 등을 켜고 이어폰 등을 활용해 실시간 쌍방향 비대면 수업을 듣고 있었다. 교사가 한자 ‘林(수풀 림)’을 컴퓨터 온라인 화면에 전자펜으로 쓰자 학생들이 “수풀 림”이라고 대답했다.

서울온라인학교 역시 학생의 과목 선택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서울온라인학교는 학교 요청 및 학생의 수강신청을 받아 개별 학교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과목을 개설해 온라인 수업으로 운영한다.

특히 개별 학교 요청을 받아 개설해 정규 일과 시간에 하는 수업은 ‘학교 주문형 교육과정’이라고 부른다. 잠실고 한문Ⅰ 수업이 이에 해당한다. 서울온라인학교 소속 교사가 비대면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들은 정규 수업 중에 본인의 소속 학교에서 온라인(실시간 쌍방향) 방식으로 수업에 참여한다.

잠실고는 학생들이 한문Ⅰ 수업 개설을 원했으나 수업 개설을 희망한 학생 수가 적어 서울온라인학교에 해당 과목 개설을 요청했다. 수강생인 신진용 학생(17)은 “온라인학교 수업은 선생님이 학생을 한 화면에 다 볼 수 있어 학생 관리가 더 잘되는 것 같다”며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전문 서적 고급 어휘가 한자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어휘력을 높이기 위해 수업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임현정 잠실고 교육과정부장은 “1년에 한 번씩 교육과정 박람회를 열어 학과별 대학 권장 과목을 안내하고 선택과목 정보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도움이 되는 과목을 스스로 선택해 들으니 수업 태도와 성취도 모두 좋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공동교육 과정#청원여고#과목 선택권#성취평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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