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와 입양은 배경일 뿐…‘인간 김세진’을 찾고 싶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9일 18시 15분


코멘트

‘로봇다리 수영선수’ 김세진 씨, 입양의 날 대통령 표창

김세진 씨
김세진 씨
“입양과 장애는 삶의 배경 중 하나일 뿐 자신을 결정짓는 요소가 아니에요. 저와 같은 배경을 지닌 아이들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고 진정으로 가슴이 뛰는 일을 좇으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두 다리가 없는 선천적 장애를 안고 태어나 입양됐지만 국가대표 수영선수로 활동하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던 김세진 씨(27)가 입양의 날을 맞아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9일 보건복지부는 장애 아동 및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 해소와 인식 개선의 공로를 인정해 10일 제20회 입양의 날 기념행사에서 김 씨에게 대통령 표창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종합선물세트’에서 ‘로봇다리 수영선수’까지

생후 6개월째에 입양된 김 씨는 오른쪽 무릎 아래와 왼쪽 발목 아래가 없는 선천적 무형성 장애를 가지고 있다. 장애와 입양 등의 배경이 겹치며 어려움이 많았다. 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김 씨는 “장애인이면서 입양아였다. 한부모가정에 저소득층이다 보니 주변에서 ‘종합선물세트’라고 불렀다”라며 “동급생 아이가 장애인이랑 학교 못 다니겠다고 말하거나 의족을 망치로 부수기도 해 초등학교 때만 전학을 7번 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어려운 요건에도 김 씨는 좋아하던 수영을 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9살부터 수영을 시작한 김 씨는 2009년 영국 내셔널 주니어 장애인 수영 챔피언십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2016년에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비장애인과 10km 장거리 수영을 겨루기도 했다. ‘로봇다리 수영선수’라는 별명도 붙었다. 김 씨는 “수영을 할 때면 살아있는 것 같았다”라며 “‘장애인’ 수영선수가 아닌 ‘수영선수’로서 꿈의 무대인 올림픽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장애아동, 입양아동 아닌 ‘나’로 살 수 있는 세상 돼야

19세 이른 나이에 선수 생활을 은퇴한 김 씨는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후 현재 게임 회사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에서 근무 중이다. 김 씨의 업무는 모든 플레이어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접근성 개선하는 컨설팅과 교육을 하는 것이다. 김 씨는 “어느 순간부터 ‘수영선수 김세진’보단 ‘장애인의 희망’으로 인식되는 것 같더라”라며 “장애인이란 정체성에 메이지 않고 오롯이 인간 김세진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다른 진로를 찾게 됐다”라고 말했다.

500회가 넘는 강연을 하며 다양한 입양아동과 장애아동도 만나왔다. 김 씨는 “아이들이 누구라도 겪을법한 사소한 문제도 입양과 장애 때문이라고 생각해 슬퍼하곤 한다”라며 “비슷한 경험담을 얘기해주면서 입양과 장애는 삶의 배경 중 하나일 뿐 사람을 결정짓는 요소가 아니라고 얘기해준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경과 상관없이 온전히 자신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한편, 정부는 건전한 입양 문화의 정착과 국내 입양 활성화를 위해 5월 11일을 입양의 날로, 입양의 날로부터 일주일 기간을 입양 주간으로 제정했다. 입양의 날 기념행사에서는 김 씨 외 15명의 표창 수상도 진행된다.

#김세진#로봇다리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