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원 통해 피해자에게 200만원 내도록 협박
동아일보DB
중국인 불법체류자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 한 전직 경찰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부장판사 김길호)은 최근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공갈과 직무유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직 경찰관 A 씨(45)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공범 B 씨(62)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1월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에 사는 중국인 불법 체류자를 찾아가 “추방당하고 싶지 않으면 200만 원을 내라”며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 씨는 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 소속이었다.
그는 피해자의 체류 기간이 만료된 사실을 확인한 뒤, 자신이 관리하던 정보원 B 씨를 시켜 피해자에게 “돈을 주면 봐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전하게 했다. 그러나 피해자의 지인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A 씨의 범행은 드러났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워 순간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며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직후 그는 직위 해제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경찰관으로서 직무를 자신의 사적인 이익 추구에 사용했다”며 “구체적인 직무 내용과 범행의 경위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시했다.
이어 “범죄 사실은 피해자를 공갈해 200만원을 받으려고 했다는 점이지만, 이 사건 범행으로 훼손된 경찰관의 직무 집행에 대한 신뢰와 공정성 등을 감안하면 그 사안이 매우 무겁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A 씨는 결심공판에서 울먹이며 “욕심에 눈이 멀어 잘못된 행동으로 상처를 줬다”며 “피해자와 홀로 계신 어머니, 어린 세 자녀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이어 “죽는 날까지 감사한 마음으로 정직하게 살도록 하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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