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 후 항공안전 비상
공항 근처 송도-청라 타워 개발 우려
서울항공청 “15개 항목 연구 용역”
“개발 강행 위한 명분용” 지적도
청라시티타워 조감도. 448m로 지어질 경우 세계에서 6번째로 높은 전망대가 되지만 김포공항과 인접해 있어 항공기 비행 안전성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인천경제청 제공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국토교통부 산하 서울지방항공청이 인천에 들어서는 ‘초고층 건축물 건립 정당성’ 확보를 위한 검증 용역을 진행한다. 그러나 무안 제주항공 참사 이후 항공 안전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송도 랜드마크타워(103층)와 청라시티타워(세계 6위 높이 전망대) 등 개발 사업 진행을 위한 ‘명분 찾기 용역’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초고층 건축물을 짓기 위한 명분을 용역 결과를 통해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논란까지 벌어지면서 항공기 안전 문제를 등한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인천경제청 등에 따르면 서울항공청은 12일 오후 ‘초고층 건축물 관련 회신’을 인천경제청에 보냈다. 공문에 따르면 서울항공청은 항공 안전 확보를 위해 비행 안전성 검증을 통해 초고층 건축물 관련 비행 안전대책이 마련될 경우 비행 절차 변경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올해 6∼11월 비행 안전성 연구 용역과 검증 용역이 진행된다. 이를 통해 서울항공청은 12월경 비행 안전성 검증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송도 랜드마크타워는 인천경제청이, 청라시티타워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용역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용역비는 각각 10억 원씩 모두 2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송도 랜드마크타워의 경우 용역비가 추가경정예산에 반영되지 않아 올해 용역 추진은 불투명한 상태다.
하지만 비행 안전성 추가 용역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서울항공청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항공기 안전을 고려해 송도 랜드마크 타워 높이를 애초 420m에서 395m로, 청라시티타워는 448m에서 413m로 낮춰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당시 서울항공청은 항공기 복행(Go-Around)에 따른 ‘실패 접근 상승 각도’를 기존 2.5%를 적용했다. 이는 대한민국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기준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항공청은 일부 주민 민원을 우려한 인천경제청의 요청과 정치권의 입김에 밀려 ‘실패 접근 상승 각도’를 2.5%에서 3%로 올려 이들 초고층 건축물 건설이 가능한지를 전문 기관에 의뢰해 송도 랜드마크타워 420m, 청라시티타워 448m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용역 보고서를 만들었다. 실패 접근 상승 각도는 비상 상황에서 항공기가 착륙 지점으로 접근할 수 없을 때 틀어야 하는 각도로, 이 각도가 클수록 건축 가능 층수도 높아진다.
하지만 무안 제주항공 참사 이후 항공기 비행 안전 중요성이 커지면서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
서울항공청은 모두 15개 항목에 관한 비행 안전성 검증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첫 번째 검증 항목은 ‘기존 또는 계획된 시계비행 절차(조종사 시야에 의해 비행하는 방식), 교통장주(비행장 상공을 도는 경로), 시계비행 보고 지점에 대한 안전성이다. 송도 랜드마크타워가 들어서는 송도 6·8공구의 경우 항공기 상승과 강하가 이뤄지는 관제공역에 있다. 항공법 시행규칙에 따라 시계 비행 시에도 최저 안전고도 미만으로 비행해서는 안 된다. 항공기는 건물 밀집 지역 상공에서는 가장 높은 장애물 상단으로부터 1000피트(약 305m) 이상 고도를 유치해 비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420m로 송도 랜드마크타워를 지을 경우 항공기 최저 안전 고도가 타워 가장 높은 부분으로부터 305m 이상 확보한 725m로 높아져 위급 상황에서 이착륙 시 조종사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항공 업계 전문가들은 “항공기 비행 안전을 무시한 채 초고층 건축물을 짓기 위해 실패 접근 상승 각도를 올리는 사례는 외국에서도 찾기 힘들다”며 “상승 각도는 공항 주변의 지형, 건물, 장애물 높이에 따라 결정되는 항공기 안전의 핵심 기준인 만큼 개발 논리에 밀려 규정을 바꾸는 것은 미래 세대에 위험 요인을 떠넘기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포공항과 인접한 서울 마곡지구의 경우 개발업자와 일부 정치인이 고도 제한 완화를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공약을 내걸었지만, ICAO의 기준과 국내 항공 안전 규정에 따라 해발 57m 이내로 건축물 높이를 제한해 항공 안전을 택했다.
윤원석 인천경제청장은 “서울항공청이 보낸 공문을 자세히 검토해 합리적인 비행 안전성 검토를 위한 추가 용역 진행 여부 등을 관계 기관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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