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2027년 항로 개설 추진
기존 3시간 소요서 30분으로 단축… 만성적자 개선 기대엔 회의적 시각
“지방공항 생존, 시장논리론 역부족… 흑자노선 수익 나누는 장치 필요”
울산공항 전경. 산업도시 울산의 관문 공항의 입지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울산시가 경북 울릉군에 건설 중인 울릉공항과 울산공항 간 신규 노선 취항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2027년에 울산에서 경북 울릉도로 가는 하늘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울릉 항로 개설이 이용객 감소로 만성 적자를 내는 울산공항에 새로운 활력이 될지 기대감이 커진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 울산과 역사를 함께해 온 울산공항이 온전히 제 역할을 찾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울산시는 경북 울릉군에 건설 중인 울릉공항과 울산공항 간의 노선 취항을 위해 항공사 섬에어, 한국공항공사와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13일 밝혔다.
협약에 따라 울산시는 섬에어 운항을 위한 행·재정 지원과 수요 진작 시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섬에어가 울산공항에서 지속적인 운항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련 시설을 제공하고 공항시설을 개선한다.
섬에어는 울산∼울릉 노선을 신설하고, 울산∼김포, 울산∼제주 등의 노선 개설도 적극 검토한다.
섬에어는 울릉공항과 백령공항 개항 시기에 맞춰 이들 공항과 내륙 간 항공 연결망을 구축하기 위해 2022년 11월 설립된 신생 소형 항공운송사업자다. 섬에어는 프랑스 ATR사가 제작한 72∼80석 규모의 ATR72-600 항공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섬에어는 올해 11월 해외 리스사를 통해 첫 항공기를 도입하고, 이후 ATR사와 체결한 신조기 구매 계약에 따라 2026년부터 순차적으로 기단을 확대할 방침이다.
울산에서 울릉도를 가려면 포항까지 육로로 이동한 뒤 배를 타고 3시간가량 더 가야 하는데, 하늘길이 열리면 30분대로 울릉도에 도착할 수 있게 된다.
울산시는 소형 항공 틈새시장이 적자의 늪에 빠진 울산공항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 울산공항에 취항했던 소형 항공사가 성공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유스카이항공, 이스타아시아에어라인, 코스타항공 등이 울산공항을 거점으로 시장 진입을 시도하다 좌절됐다. 하이에어는 지난해 AOC가 실효되며 운항을 중단했으나, 최근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 중이다.
울산공항을 살리기 위해선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는 지방공항을 거점화해 항공 교통물류 능력을 극대화하는 기본적인 책무를 갖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공항은 시장경제 논리만 따져선 해결될 수 없다”면서 “항공사들이 흑자 노선에서 벌어들인 수익 일부를 지방공항을 연결하는 적자 노선에 의무적으로 투자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공항은 1970년 개항했다. 당시 교통 오지였던 울산에서 서울과 제주도를 1시간대에 연결함으로써 울산이 산업수도의 기능을 하는 데 기여했다. 개항 초기 3만여 명에 불과했던 이용객은 1997년에 169만여 명까지 늘면서 큰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2010년 10월 고속철도(KTX) 울산역이 개통되면서 울산∼서울행 항공기 이용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2014년엔 이용객이 45만여 명까지 줄었고, 수익성이 떨어지자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등 주요 항공사가 노선을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철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여행길이 막히자 시민들이 국내로 발길을 돌리면서 이용객이 2021년 93만 명까지 늘었지만, 지금은 44만 명대로 반 토막이 났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1200명대로 공항 시설이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의 5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울산공항 활주로는 2000m로 전국 공항 가운데 가장 짧다. 부산 가덕도와 대구·경북 신공항이라는 거대 국제공항이 개항하면 울산공항의 경쟁력은 더욱 쪼그라들 가능성이 크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