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돕고 싱잉볼 연주하는 AI 로봇, 과학관이 휴식공간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14일 1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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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철학적 질문 던지며 명상 체험
과학관에서 생각하고 치유하는 시간
로봇과 인간의 싱잉볼 합주 감상도
17일엔 가족단위 사이언스페스티벌

“삶의 여정 속에서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성찰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13일 오후 7시 서울 도봉구 창동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에서 누군가의 철학적인 조언이 들려왔다. 은은한 촛불과 아로마오일 향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전시실 안에서 말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로봇이었다. 관람객이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라고 묻자 이같은 답을 한 것이다. 반구형 받침대를 둘러 금색 놋그릇들이 있고 가운데 하얀 로봇팔이 달린 이 독특한 장치는 명상 테라피를 위해 개발된 인공지능(AI) 로봇이었다. 관람객 질문에 답을 마친 로봇은 명상용 놋그릇인 ‘싱잉볼’ 연주를 시작했다.

● 로봇과 함께하는 명상 체험

이날 과학관에서는 체험형 명상 프로그램 ‘로봇의 밤, 나를 찾는 시간’이 열렸다. 지난해 8월 개관한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은 ‘생각하는 로봇, 질문하는 인간’을 주제로 운영된다. 로봇을 통해 지친 현대인들에게 치유의 시간을 제공하고 로봇과 인간의 차이를 탐색하는 전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이날 프로그램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강사의 안내에 따라 참가자들은 전시실 내 빈백(형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1인용 소파)에 앉거나 누워 눈을 감고, 로봇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명상을 시작했다.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는 방법’이라는 주제에 대해 로봇은 “자신의 강점과 약점, 꿈과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문가의 상담이나 코칭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메시지를 전한 로봇은 팔 끝에 달린 막대기로 주변의 놋그릇을 두드리며 싱잉볼을 연주했다. 맑은 소리와 진동이 공간을 채우자 일부 참가자들은 눈을 떠 로봇의 움직임을 지켜보기도 했다. 이어 명상 강사가 로봇과 함께 싱잉볼을 연주하자 참가자들은 로봇과 인간의 울림을 번갈아 바라보며 몰입했다.

직장인 주모 씨(57)는 “눈을 감고 들을 때는 몰랐는데, 눈을 떠보니 로봇의 어색한 움직임과 사람의 자연스러운 연주가 확연히 달랐다”며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오늘 그 차이를 눈으로 확인한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7세 자녀와 함께 과학관을 찾는다는 이경호 씨(44)는 “오늘은 어른을 위한 프로그램이라 아내와 함께 왔다”며 “명상을 어렵게 느껴왔는데, 마음이 차분해지는 걸 느껴 집에서도 종종 시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시립과학관에서 사이언스페스티벌

체험을 마친 참가자들은 로봇과 인간의 차이를 주제로 구성된 8개의 상설 전시를 관람하며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과학관 관계자는 “인간만의 고차원적 사유 활동인 명상을 로봇과 결합함으로써 AI 시대에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되짚어볼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며 “과학관이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감정과 내면을 성찰하는 휴식의 공간으로도 경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로봇 명상 프로그램은 7월 1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에 운영된다. 만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총 4기수(기수별 2회차)로 구성된다. 1·2기는 직장인 대상, 3·4기는 일반 성인 대상으로 나뉘어 모집된다. 신청은 다음 달 23일까지 가능하다.

한편 서울시립과학관은 개관 8주년을 맞아 오는 17~18일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사이언스 페스티벌’을 연다. 멸종위기 동물 스탬프를 모으며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프로그램들이 과학관 전역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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