쐐기-상형 문자… 예술로 풀어낸 문자의 세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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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에 문 연 국립세계문자박물관
22개월간 200만 명 넘게 다녀가
구텐베르크 성서 등 다양한 유물 전시
올해도 기획전-문화 공연 확대 계획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프랑스의 삽화가 귀스타브 도레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이 특별전은 8월 17일까지 열린다. 세계문자박물관 제공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을 다녀간 관람객이 지난달 25일 200만 명을 넘었다. 2023년 6월 인천의 첫 국립 문화시설로 문을 연 지 22개월 만이다.

정부가 2019년부터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 1만9418m²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연면적 1만5000m²)로 지은 이 박물관은 프랑스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선보이는 문자 전문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자를 보여주고 체험과 연구, 학술 교류 활동이 어우러지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꾸몄다. 미술과 건축, 미디어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문자의 속성과 체계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박물관 지하 1층에는 ‘문자와 문명의 위대한 여정’을 주제로 세계 주요 문명권에서 생성되고 사용된 문자들을 보여주는 상설전시실이 들어섰다. 기원전 2000년 고대 서아시아 쐐기문자가 적혀 있는 원형 배 점토판,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가 새겨진 카노푸스 단지, 구텐베르크 42행 성서, 북한산 진흥왕순수비 등 문자를 통해 소통해 온 인류 역사의 흐름을 다양한 유물을 통해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박물관은 그동안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문자라는 주제를 관람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밌게 풀어 낸 기획특별전을 4차례나 선보였다. 개관 기념 첫 기획특별전인 ‘긴 글 주의―문자의 미래는’에서 글보다는 이미지와 영상에 익숙해진 요즘 문자의 미래와 인류가 만들어 나갈 소통의 미래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번째 기획전 ‘문자와 삽화―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를 만나다’는 문자와 그림의 근본적인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전시회였다. 세 번째 기획전 ‘파란마음 하얀마음―어린이 마음의 빛깔을 노래하다’는 문자(동요 가사)와 멜로디의 상호 관계를 살폈다. 네 번째 기획전 ‘올랭피아 오디세이―문자와 여성, 총체적 예술의 거리에 서다’에서는 과거 상대적 약자이던 여성이 사용했던 문자를 통해 문자에 담긴 자유 의지와 소통을 조명했다.

짧은 시간에 관람객이 200만 명을 넘은 것은 특별전과 함께 열린 학술행사와 문화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각종 행사와 공연이 집중됐던 지난해 10월에만 18만8619명에 이르는 관람객이 박물관을 찾았다. 네 번째 기획전과 최수진 안무가의 인공지능(AI)·무용 융복합 공연, 국제학술대회,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의 토크 콘서트 등이 펼쳐졌다. 특히 한글날 하루에만 4만9000여 명이 방문하기도 했다.

박물관은 2일부터 다섯 번째 기획특별전인 ‘상상해, 귀스타브 도레가 만든 세계’를 열고 있다. 19세기 프랑스의 삽화가인 귀스타브 도레(1832∼1883)의 작품을 중심으로 유럽 고전 문학과 삽화를 전시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소개된 적이 없는 ‘신데렐라’, ‘장화 신은 고양이’ 등에 들어간 도레의 삽화를 볼 수 있다.

박물관은 올해도 세계의 문자를 활용한 흥미롭고 다채로운 전시회와 강연, 교육, 문화 공연을 열 계획이다. 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현대무용단 등과 같은 국립예술단체와 협업해 서울에 집중됐던 수준 높은 예술 공연을 박물관에서 열기로 했다. 이 밖에 지난해 호평을 받았던 버스킹과 영화 상영도 더 풍성하게 확대할 방침이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하며 관람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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