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50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인 가운데,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은 ‘흡연 후 폐암이 발생한 환자 의료비를 담배회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 결핵 및 호흡기 학회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15일 개최한 ‘흡연과 폐암, 주목받는 담배 소송’ 심포지엄에서 이런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설문은 올 3~4월 20세 이상 성인 120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는 비흡연자 757명, 흡연자 218명, 금연자 234명이다.
건보공단은 2014년부터 국내 담배회사 3곳(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을 상대로 총 533억 원 규모의 건강보험 급여비 환수를 위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는 매일 1갑씩 20년간, 또는 30년 이상 흡연한 폐암·후두암 환자 3465명에게 건보 재정으로 지급된 진료비를 담배회사에 청구한 것이다.
이 소송과 관련해 응답자의 63.7%는 ‘담배회사가 폐암 환자의 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답했다. 비흡연자는 ‘일부 부담’이 38.8%, ‘전액 부담’이 21%로 59.8%가 담배회사의 배상 책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흡연자는 ‘일부 부담’ 45.9%, ‘전액 부담’ 26.6% 등 제조사 책임을 요구한 응답이 72.5%로 더 높았다.
응답자의 91%는 ‘흡연이 폐암을 유발한다’고 답했다. ‘간접흡연이 해롭다’는 응답은 흡연자 95.4%, 비흡연자 90.5%였다.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간접흡연의 폐해를 더 인정하는 셈이다.
이날 발제에서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벤조피렌, 니트로사민, 케톤 등 담배 속 발암물질이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켜 폐암으로 이어진다는 게 지금까지 학계의 정설”이라며 “흡연은 폐암 원인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흡연자의 암 발병 위험이 비흡연자 대비 최대 30배에 이른다고 보고했다”고 강조했다.
건보공단은 2020년 1심에서 패소했다. 오는 22일 항소심 최종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다.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뒤집힐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임현정 건보공단 법무지원실장은 “1심 패소는 공기업이 담배를 제조해 판매해 온 배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흡연과 폐암 발생의 인과성을 중심으로 엄격히 대상자를 선정했고, 방대한 증거가 인과성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다른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에서 권규보 법무법인 마중 변호사는 “국내 법원은 흡연과 폐암 간의 필연적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담배회사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례가 다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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