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행사
민주묘지 참배객 작년보다 30% 늘어… 금남로 전야제선 시민 2만여 명 행진
풍물패 공연-주먹밥 나눔 등 ‘열기’
지역 제과점 49곳, 방문객에 할인도
18일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끝난 뒤 참배객들이 국립5·18민주묘지를 둘러보고 있다. 올해는 12·3 비상계엄과 노벨 문학상 수상 등의 영향으로 5·18민주묘지를 찾는 참배객이 지난해에 비해 30% 정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그날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는 행사가 광주 도심 곳곳에서 펼쳐졌다. 시민들은 오월 광주가 위법·위헌적 비상계엄으로부터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며 ‘민주·평화·인권’의 5·18정신을 헌법에 수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5·18묘지 참배객 30% 증가
12·3 불법 비상계엄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등의 영향으로 국립5·18민주묘지를 찾는 참배객이 지난해에 비해 30% 정도 늘었다. 18일 5·18민주묘지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올 1월 1일부터 이달 17일까지 광주 북구 운정동 5·18민주묘지를 찾은 참배객은 13만828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0만227명보다 30.5%가 늘어난 것이다. 5·18민주묘지관리사무소 관계자는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계기로 계엄군에 맞서 한국 민주주의를 지켜낸 5·18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18일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일본의 시민운동가 80여 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후쿠오카에서 온 이우치 데쓰야 씨(64)는 “광주의 5·18 정신을 배우기 위해 3박 4일 일정으로 방문했다”며 ‘일본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부러워하고,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을 연구하는 일본인 모임 회원 32명은 기념식에 참석한 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실제 주인공인 고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오사카에서 온 후카쓰 아쓰고 씨(71)는 “김길자 여사의 사연을 듣고 같은 어머니 입장에서 너무 마음이 아파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 금남로 전야제에 시민 2만여 명 몰려
17일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전야제가 진행된 광주 금남로는 군부 독재에 항거하며 외치던 그날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올해 전야제는 ‘아! 오월, 다시 만난 오월’을 주제로 한바탕 축제로 진행됐다. 금남로 일대에는 경찰 추산 2만여 명의 시민이 몰렸다. 금남로와 민주광장 일대에는 오월시민 난장 부스와 풍물패 공연 등 전야제 사전행사가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난장 부스에서는 체험과 공연·전시·주먹밥 나눔 등의 다양한 콘텐츠가 펼쳐졌다.
5·18 유가족들로 꾸려진 사단법인 오월어머니집이 금남로 거리 한복판에서 주먹밥을 나누며 전야제를 찾은 시민들을 반겼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주먹밥 나눔을 통해 오월 대동정신과 나눔과 연대의 정신을 실천했다. 오늘 5000인분을 준비했는데 금방 동났다. 여느 해보다 더 많은 분이 금남로를 찾아주셔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5·18민주광장 인근에 마련되던 전야제 무대는 금남공원 앞 사거리로 옮겨져 4면을 활용한 무대로 조성됐다. 뮤지컬 ‘봄의 겨울, 겨울의 봄’ 팀이 무대에 올라 지난해 12·3 계엄과 80년 5·18을 중첩적으로 보여 줬다. 무대 속 국회로 가는 지하철이 80년 5월의 광주로 변하면서 도청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국회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겹쳤다. 이를 본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시민들은 추운 겨울 광장에서 유일하게 기댔던 응원봉을 다시 꺼내 흔들며 45년 전의 역사를 되새겼다.
100여 개 부스가 설치돼 다양한 체험 행사가 펼쳐진 17일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가장 인기를 끈 소품은 택시였다. 5·18민주광장 한가운데 세워진 택시 옆으로 긴 대기 줄이 늘어섰다.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에 등장한 택시가 광장 한복판에 나타나자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택시기사 의상을 입으며 차 안으로 들어가 기념사진을 찍던 시민들은 마치 영화 주인공 김사복 씨가 된 것처럼 여러 포즈를 취하며 즐거워했다. 시민 송모 씨(71·여)는 “광주 시민으로서 ‘택시운전사’를 보고 많은 감명을 받았는데 실제 촬영에 쓰인 택시를 보니 설레고 반가웠다”며 “친구들과 함께 포니 택시를 타고 사진을 찍으며 45년 전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는 1980년대 시내버스의 모습을 복원해 만든 시민항쟁버스에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버스에는 ‘피로써 써진 자유, 이제는 우리가 지켜가자’ 등 당시 시민군의 투쟁 의지를 불태우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이를 본 아이들은 그 옆에 ‘전두환은 물러가라’ 등을 적으며 항쟁의 순간을 재연했다.
● 학생들 기념전, 선거빵 등 행사 다채
광주시는 18일 오전 10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정부 기념식’을 도심 3곳에 설치된 시정 홍보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을 통해 실시간 송출했다. 시정 홍보 LED 전광판은 서구 금호동 빛고을 국악전수관 교차로 풍금사거리, 서구 빛고을대로와 무진대로가 만나는 계수 교차로, 광주도시철도 농성역 시민소통공간 등 3곳에 설치됐다. 5·18 기념식 생중계는 현장을 직접 찾지 못하는 시민과 방문객들이 기념식을 함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광주시는 5·18 전야제, 5·18 기념식, 민주의 종 타종식 등 오월 주간 주요 행사를 518초 동안 소개하는 콘텐츠도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광주 예술중고교 학생들은 ‘오월 정신’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 전시와 기념 공연으로 눈길을 끌었다. 13일부터 23일까지를 ‘5·18민주화운동 기념 주간’으로 정한 학생들은 5·18 정신을 표현하고 감동을 함께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미술 전공 학생들은 ‘광주는 끝나지 않았다’를 주제로 720X260cm 크기의 대형 걸개그림을 내걸었다. 작품에는 1980년대 이후 민중의 연대와 역사의 흐름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담았다. ‘민주·인권·평화전’을 열어 그림책과 평면 입체 작품을 전시하고 이를 활용한 키링·엽서·티셔츠·마우스패드·배지·액세서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음악 전공 학생들은 19일 피아노·바이올린·성악 협연곡 ‘상록수’와 ‘아름다운 나라’,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 합창곡 등을 공연한다.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중 하나인 궁전제과는 5·18 전야제가 열린 금남로에서 부스를 마련하고 ‘선거빵’을 선보였다. 표면에는 선거에 사용되는 기표 모양이 찍혀 있고 내용물은 단팥과 크림으로 채워졌다. 궁전제과 측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낸 오월을 기념하고 ‘민주주의 꽃’인 주권자 선거를 독려하기 위해 선거빵을 선보였는데 2000여 개가 한 시간도 안 돼 다 팔렸다”고 설명했다.
궁전제과를 비롯한 지역 제과점 49곳은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7∼18일 광주를 찾는 이들에게 제품을 10% 할인 판매하는 ‘오월광주 나눔세일’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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