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캠페인과 메타버스 동원해 도로 환경 정비
[영등포구] 대림동 거리 불법 적치물 집중 정비
[성동구] ‘안전통학로 리빙랩’으로 위험요소 없애
일상의 도로 환경은 단순한 이동을 넘어 삶의 안전과 편의를 좌우한다. 적절한 보도 폭과 깨끗한 도로 환경은 보행자와 자동차 운전자의 사고 위험을 대폭 낮춘다. 불법 주·정차 없이 안정적으로 정비된 도로는 유아차와 휠체어의 통행을 돕고 걷기와 자전거 이용 활성화로 주민의 건강 증진과 탄소 배출 감축에도 기여한다. 세심한 도로 관리와 설계가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주민 신뢰를 얻는 초석이 되는 것이다.
서울 자치구들도 주민 안전과 통학 환경 개선을 목표로 대대적인 도로 정비에 나섰다. 영등포구(구청장 최호권)는 대림동 거리에 불법으로 쌓인 물건들을 집중 정비하는 데 팔을 걷어 붙였다. 성동구(구청장 정원오)는 어린이들의 안전한 등하굣길 조성을 위해 ‘안전통학로 리빙랩’ 사업을 추진한다. 두 사례 모두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도모하고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주민 100여 명과 ‘쾌적한 거리’ 독려
쾌적한 대림동 거리를 만드는 캠페인에 참여한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앞줄 왼쪽에서 여섯번째)과 구민들. 영등포구 제공
영등포구는 보행환경이 열악한 대림역 12번 출구에서 대림중앙시장 입구(디지털로37길)를 집중 정비 구간으로 지정하고 관리에 박차를 가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이 구간은 대림동 전체 교통사고의 30%가 발생하는 지역으로 불법 적치물과 광고물, 무허가 거리 가게, 입간판 등이 난립하는 곳이다.
이에 구는 지난해 초부터 상인, 경찰, 소방, 외국인 단체 등과 7차례 간담회를 열어 정비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정비가 필요한 주요 지점에는 현수막을 설치하고, 점포에 안내문도 전달했다. 직능단체와 주민 100여 명이 함께하는 ‘쾌적한 대림동 거리’ 캠페인을 실시해 상인의 자율 정비를 독려하고, 거리 질서 준수를 당부하기도 했다. 단속 인력을 추가 배치하고, 순찰을 강화해 도로를 침범하는 적치물과 고정 시설물의 자진 철거도 이끌어 냈다.
그 결과 보도와 도로가 넓어져 보행자를 비롯한 휠체어, 유아차의 통행이 원활해지고 운전자의 안전도 향상됐다. 곳곳에 방치됐던 적치물이 정리돼 도시 미관도 깨끗해졌다.
구는 정비된 보행 환경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도 철저하게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불법 노점과 적치물 등을 방치하는 상인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시정되지 않을 경우 강제 수거, 형사 고발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쾌적한 대림동 거리 조성을 위해서는 주민, 상인의 관심과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라며 “꾸준한 정비와 노력으로 대림동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초등생들이 메타버스를 활용해 안전한 통학로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성동구 제공‘안전통학로 리빙랩’은 2018년부터 성동구가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주민 주도형 안전 개선 사업이다.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 주민이 함께 통학로 문제를 발굴하고 개선 방안을 도출하는 참여형 정책 모델로, 실제 사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실질적인 개선책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호응이 높다. 2018∼2020년에는 관내 초등학교 21곳이 참여해 안전 문제 총 94건을 해결했다.
2022년부터는 메타버스 플랫폼도 활용하고 있다. 로블록스 플랫폼에 실제 통학로와 비슷한 가상공간을 구현해 두고, 학생들이 게임을 통해 통학로에서 위험 요소를 찾아내고 조별 토론을 통해 통학 환경을 개선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 이를 통해 2022∼2024년까지 총 39개의 해결책이 도출됐으며, 그중 반응형 키봇, 스마트 반사경, 지능형 전광판, 지능형 무인 폐쇄회로(CC)TV 카메라 등 다양한 스마트 안전시설이 통학로 곳곳에 설치됐다. 올해는 5월부터 서울응봉초·서울무학초·서울행현초·서울경수초 등 4곳에서 4학년 학생 284명을 대상으로 리빙랩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성동구의 주민참여형 안전 정책은 2021년 ‘제8회 어린이안전대상’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으며, 2023년에는 행정안전부 주관 ‘주민참여예산제도 평가’ 생활안전 분야에서 특별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학생들을 비롯한 주민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안전 통학로 리빙랩 사업으로 통학로 안전 문제 해결의 실효성이 높아졌다”라며 “앞으로도 주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안전 정책으로 모두가 안심하는 도시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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