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밑 ‘화약고’ 울산 국가산단 배관…통합안전관리센터가 지킨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1일 1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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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남구 부곡동 6000㎡ 부지에 사업비 156억 원을 들여 ‘울산 국가산업단지 통합안전관리센터’를 건립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오른쪽 첫 번째)이 센터의 핵심인 관제실을 둘러보고 있다. 울산시 제공
울산 국가산업단지에서 1500km가 넘는 지하 배관을 통합 관리하는 ‘통합안전관리센터’가 문을 열었다. 지하 배관의 노후화와 과밀화로 인해 ‘화약고’라는 오명을 안고 있던 울산 국가산단의 안전 관리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24일, 울주군 온산공단 일대 왕복 4차선 도로가 기름으로 뒤덮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차량과 오토바이 바퀴가 기름에 잠기고, 작업화를 신어야 겨우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기름은 해상으로까지 흘러들었다. 이는 지하 배관 공사 도중 송유관을 잘못 건드려 발생한 사고로, 이날 유출된 원유는 4t에 달했다.

2022년에는 미포국가산단 내 지하 암모니아 배관이 파손돼 유해 물질이 누출되는 사고도 발생한 바 있다. 최근 10년간 울산 국가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지하 배관 사고는 모두 31건에 이른다.

울산 국가산단은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60년이 흐르면서, 지하 배관망이 노후화되고 복잡하게 얽히며 폭발·화재 등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국가산단 내 지하 배관의 총 길이는 1526km에 달하며, 이 중 화학물질·가스·송유관 등 위험물질 관련 배관이 90%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20년 이상 된 노후 배관만도 916km에 이른다. 사고 발생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은 시민들의 불안감으로 이어져 왔다.

울산 국가산업단지 통합안전관리센터 전경. 울산시 제공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울산시는 새로운 안전망 구축에 나섰다. 시는 남구 부곡동 6000㎡ 부지에 156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울산 국가산업단지 통합안전관리센터’를 건립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이 센터는 3D 기술을 활용해 지하 배관의 위치와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관제실에서는 지하 배관에서 발생하는 가스 누출이나 화재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통합 관제 플랫폼에는 지하에 매설된 관로들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화학 관로나 가스 관로 등 유해 물질 관련 관로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센터 외부에는 70m 높이의 관제탑이 설치돼 산업단지 전역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안전관리자 교육 기능도 갖추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국가산단에서 대기 중 유해화학물질이 감지되면 바람의 방향과 속도를 분석해 유해 물질 유출 지점을 역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사고 발생 지점과 유출된 화학물질 정보를 울산화학합동방제센터 등 유관기관에 즉시 전달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며, 인근 기업과 주민에게도 위험 상황을 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통합안전관리센터는 미포국가산단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2028년까지 시설을 확충해 온산국가산단까지 관리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현장의 안전을 훨씬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 만큼 울산의 산업재해 예방률이 높아지고 산업수도 울산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앞으로도 산업단지 내 안전 사각지대를 줄이고, 사고 발생 전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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