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성폭력 피해 학생 10명중 7명 “자살·자해 충동”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2일 11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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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에서 열린 2025 학교폭력 실태조사 발표 및 21대 대선후보 정책제안 기자회견에서 학교폭력 피해자 이가영(가명) 씨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학교폭력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사이버 학교폭력’ 중에서도 사이버성폭력 피해가 3년 사이 5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조사가 나왔다. 사이버성폭력 피해를 입은 학생 10명 중 7명이 자살이나 자해 충동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신종 학교폭력에 대한 정부 및 플랫폼 기업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학교폭력 예방 전문기관인 푸른나무재단은 이런 내용이 담긴 ‘2025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재단이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전국 17개 시도 재학생 1만20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1%가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사이버폭력은 전체 학교폭력 유형 중 약 17.8%를 차지해 언어 폭력(33.6%)에 이어 두 번째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폭력을 유형별로 살펴본 결과 사이버 언어폭력이 31.9%를 차지해 가장 빈번하게 발생했고, 사이버 명예훼손(13.5%), 사이버 성폭력(13.3%), 사이버 따돌림(11.3%), 신상정보 유출폭로(10.3%), 사이버 사칭(8.8%), 사이버 스토킹(7.6%) 등 순이었다.

사이버 성폭력의 경우 3년 사이 5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에 따르면 2021년 조사에선 사이버폭력 중 사이버 성폭력을 경험한 학생이 2.8%였으나, 지난해엔 13.3%를 기록하며 4.8배 증가했다. 재단 관계자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적 침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특히 딥페이크가 악용되는 경우가 약 25%에 달하는데 기술 기반 신종 성폭력이 실제 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학생들은 일반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들보다 자살이나 자해 충돌 경험률도 높게 나타났다. 사이버폭력 피해학생의 자살 및 자해 충동 경험률은 47.5%로, 전체 피해학생 평균(38.0%)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 사이버성폭력을 겪은 학생은 자살 자해 충동률이 65.6%에 달했다. 재단 관계자는 “딥페이크물과 같은 사이버 성폭력은 온라인으로 광범위하게 퍼지고, 피해 학생도 이런 피해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학교폭력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2차 가해 역시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피해가 광범위함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폭력에 대한 플랫폼 기업 등의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단이 학교폭력 가해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가해학생의 81.4%는 가해 후 플랫폼에서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이에 재단에서는 “플랫폼 사업자가 삭제, 경고, 이용 제한 등의 조치를 신속히 이행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조치 미이행시 제재가 가능하도록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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