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중간고사를 망쳐서 내신이 2등급대가 나올 것 같아요. 이대론 서울 주요 대학엔 못 갈 거 같아 걱정입니다.”
대치동 한 일반고에 재학 중인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최근 입시컨설팅 업체를 찾아가 이와 같이 말하며 “자퇴하고 수능에 올인할지 고민”이라고 상담했다. 올해 고1에 도입된 내신 5등급제로 인해 다음달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면 자퇴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고교학점제와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며 2025학년도부터 고등학교 내신을 5등급제로 개편해 학생 부담을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계획은 공통과목을 배우는 고등학교 1학년 내신은 9등급 상대평가, 선택과목 위주로 듣는 고등학교 2, 3학년은 절대평가로 변경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윤 정부는 ‘내신 때문에 자퇴하고 정시에 올인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며 절대평가로의 전환 계획을 취소했다. 실제로 자퇴 등 학업을 중단한 고등학생은 2023년 2만5765명으로 2020년(1만4455명)의 1.8배 가량 늘어났다.
하지만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뒤 현장에서는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내신 5등급제에선 1등급 누적 비율이 기존 4%에서 10%로 늘어난다. 이는 기존 2등급(11%)과 비슷한 수준이다. 교육부는 1등급을 받는 학생이 늘어 학생 부담이 줄었다는 입장이지만, 수험생은 1등급이 너무 많아서 변별력이 떨어지는 것에 압박을 느끼고 있다. 내신은 한번 망치면 수시모집으로 대학에 가기 어렵기 때문에 아예 학교를 그만두고 수능 공부에 매진하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내신 경쟁이 치열해 소위 ‘갓반고’로 불리는 강남 지역 일반고에서는 학생들이 입시컨설팅 업체를 찾아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송도, 대치 등에서 입시컨설팅을 진행하는 한 업체 대표는 “지난해에는 1학기가 끝나거나 1학년을 마칠 때는 돼야 자퇴 관련 상담이 들어왔는데 올해는 중간고사가 끝나고 자퇴하고 싶다는 상담이 벌써 10건가량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중학교 때까지 정해진 시간표대로 수업을 듣다가 고교학점제로 내신 유불리와 본인의 진로까지 고려해 과목을 선택하는 데 부담을 느껴 자퇴를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대치, 판교에서 고등학교 대상 진로-학업 설명회를 개최한 한 컨설팅 업체 대표는 “자퇴를 고민하거나 과목 선택, 진로 설정에 대해 질문하는 고1 학생이 늘었다”며 “지난해에는 설명회에 참여하는 고1 학생이 전체의 20% 정도였는데, 올해는 3분의 1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대가 정시에서 내신 반영 비율을 20%에서 40%로 확대하는 등 많은 대학이 정시에서의 내신 반영 비중을 늘리고, 검정고시 성적으로 산출하는 ‘비교내신’ 최대 등급도 낮추는 추세라 자퇴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자퇴하고 나서 입시 성적이 잘 나오지 않자 후회하는 학생들도 많다.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인 만큼 자퇴는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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