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 따른 사직” 연령정년 인정
면직된 후 고문 후유증으로 숨져
5·18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해 고문을 당한 뒤 후유증으로 숨진 안병하 치안감(전 전남경찰국장)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퇴직연금 소송에서 승소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고은설)는 ‘안 치안감의 공무원 퇴직연금 일시금 계산이 잘못됐다’며 부인 전임순 씨가 공단을 상대로 낸 지급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안 치안감은 1980년 5·18 당시 전남경찰국장으로 재직 중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해 같은 해 6월 2일 면직됐다. 이후 고문 후유증으로 투병하다가 1988년 10월 10일 숨졌다. 2022년 인사혁신처는 안 치안감의 의원면직을 고문 등 강압에 의한 위법 행위로 판단해 이를 취소했다.
이후 유족은 안 치안감의 퇴직일을 사망일로 보고 연령정년에 따른 퇴직연금 일시금을 청구했다. 연령정년은 만 61세 이전에 사망한 경우 해당 시점을 퇴직일로 본다. 그러나 공단은 당시 안 치안감이 계급정년에 따라 1981년 6월 30일 퇴직했다고 보고 일시금을 2900만 원으로 산정했다.
이에 전 씨는 ‘계급정년을 적용한 공단 처분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전 씨의 손을 들어줬다. 2022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안 치안감에게 연령정년을 적용해 퇴직일을 1988년 10월 10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점이 판결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권익위는 고인의 1980년 6월 2일자 의원면직은 강압에 의한 사직 의사 표시에 기초한 위법한 행정처분이므로 취소한 뒤 미지급 급여를 지급할 것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유족 측 임선숙 변호사는 “연령정년을 적용해야 한다고 권고한 권익위 판단이 법으로 인정받은 건 처음”이라며 “상식과 원칙에 부합한 판결을 내려준 재판부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했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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