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매출 500억중 수수료 140억”… 韓게임사, 美서 애플 상대 첫 소송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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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앱결제 수수료 과다, 손해배상을”… 애플-구글 시스템 결제땐 최대 30%
조만간 구글 상대로도 訴 제기 방침
“사실상 순익 절반 빼앗겨” 갑질 불만… 소송 준비 업체들, 영업 보복 우려

국내의 한 중견 게임 유통사가 미국 애플 본사를 상대로 “과도한 인앱결제 수수료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23일(현지 시간)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 및 구글 애플리케이션(앱) 장터를 이용하는 국내 게임사가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이 회사는 조만간 구글을 상대로도 같은 취지의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현재 구글과 애플은 인앱결제를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앱 이용자들이 구글이나 애플의 시스템으로 결제할 때 이들 회사는 최대 30%의 수수료를 챙기게 된다.

● ‘최대 30% 수수료’, 美에 소송 제기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A사는 2012년에 창업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여 년간 모바일 게임 매출만 약 500억 원을 올렸는데, 구글과 애플에 지불한 수수료는 매출액의 28.5%에 이르는 1036만 달러(약 140억 원)다. 이 회사는 2018년경 직원이 1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현재는 매년 대출 이자로만 4억 원가량이 나가고 직원도 90% 가까이 내보낸 뒤 10여 명만 남았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회사의 연평균 영업이익률은 ―16.1%다.

소송을 대리하는 위더피플 법률사무소에 따르면 A사를 포함해 80여 개 국내외 게임 및 앱 개발사가 구글과 애플을 상대로 손해배상 집단조정 신청도 준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게임사 생태계는 ‘허리’에 해당하는 중견기업이 줄폐업 중”이라며 “그 배경 중 하나가 구글과 애플의 막대한 수수료”라고 했다. 집단조정을 신청한 B게임사 관계자는 “30%라는 수수료율은 배달이나 카드 수수료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수수료 및 각종 세금 등을 제하면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업체들은 소송을 준비하면서도 구글과 애플의 ‘영업 보복’을 우려하기도 했다. B게임사 관계자는 “소송 내용이 밝혀졌을 때 애플이나 구글이 앱 심사를 지연시키는 방법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C게임사 관계자는 “업데이트나 게임 발매를 지연시키면 게임사는 치명적인 손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 업계 “순이익 절반 가까이 빼앗기는 구조”

국내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게임 매출의 30% 이상을 수수료로 가져가는 구조는 단순히 ‘30%’라는 숫자 이상의 부담”이라며 “운영비나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절반 가까운 순이익을 빼앗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2020∼2023년 국내 게임사가 구글과 애플에 지급한 인앱결제 수수료는 약 9조 원으로 추산됐다.

이번 소송 제기에는 미국 내에서의 판결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법원은 2021년 애플에 “외부결제 링크를 허용하라”고 판단했으며, 지난달엔 “앱 외부 결제 등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징수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2023년 12월 구글에 대해서도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최대 30%의 인앱결제 수수료를 강제했던 것은 반독점법 위반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재판 과정에서 실제 구글의 인앱결제 소요 비용은 4∼6%가량이라는 내부 문서가 공개되기도 했다.

업체들은 국내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보다 실효성이 있었다면 소송이 더욱 빨리 진행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1년 국내에선 ‘특정한 결제방식 강제 금지’ 등을 핵심으로 하는 해당 법을 세계 최초로 제정했지만 실제 적용은 지지부진이다. 2023년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과 애플에 과징금 680억 원을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실제 부과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영기 위더피플 변호사는 “지금도 많은 업체가 영업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소송을 주저하는 실정”이라며 “국내 법이 기업을 보호할 수 있도록 개정된다면 손해배상 청구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인앱(In-app) 결제
게임 등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들이 앱 내에서 유료 콘텐츠를 구매할 때 구글, 애플 등 앱 장터 사업자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 구글, 애플은 결제액의 최대 3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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