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폭염, 빨리 덮친다…폭염센터장 “이불같은 키 큰 고기압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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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5월 26일 13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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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해역 공기, 고기압 형성→한반도에 고온다습 공기 풀무질
북태평양·티베트 고기압 동시 확장해 두 겹 이불…일사량 누적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 인근에서 한 시민의 옷이 땀으로 젖어 있다. 2024.7.31/뉴스1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 인근에서 한 시민의 옷이 땀으로 젖어 있다. 2024.7.31/뉴스1
올여름 폭염이 예년보다 빠르고 길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교수(폭염연구센터 센터장)는 26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 서울청사에서 열린 언론인 기상 설명회에서 여름철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폭염일수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기후변화와 고수온, 상층 고기압 정체가 결합해 폭염과 열대야가 더 길고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기상청이 밝힌 여름철(6∼8월) 기후 전망과도 비슷하다. 기상청은 23일 발표한 3개월 예보에서 6월 기온이 평년(21.1∼21.7도)보다 높을 확률이 40%, 7월(24.0∼25.2도)과 8월(24.6∼25.6도)은 각각 50%라고 밝혔다. 유럽, 미국 등 11개국 474개 기후예측모델을 평균한 결과에서도 6월은 58%, 7월 64%, 8월 71% 확률로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보일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는 열대 서태평양과 인도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가 지목된다. 따뜻한 해역에서 상승한 공기가 북태평양 상공에서 고기압을 형성하고, 그 가장자리를 따라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되는 구조다. 기상청은 “해외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높게 유지되며 우리나라 주변에 고기압이 발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여름철 폭염의 원인을 ‘키 큰 고기압’에서 찾았다.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동시에 확장되면 상층부터 지상까지 고기압이 겹겹이 쌓이며 하강기류가 강화되고, 맑은 날씨가 지속되며 일사량이 누적돼 기온이 급격히 상승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여름철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한반도 인근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2.7도 높았고, 폭염일수는 30.1일, 열대야 일수는 20.1일로 각각 역대 2위와 1위를 기록했다. 이 교수는 “해수 온도가 높은 해엔 해양이 쉽게 식지 않으며, 고기압과 결합해 폭염이 9월까지 이어진다”고 밝혔다.

폭염은 점차 빨라지고 길어지는 추세다. 1990년대와 2010년대를 비교하면 첫 폭염일은 6일 정도 빨라졌고, 마지막 폭염일은 2일가량 늦어졌다. 특히 남부와 영남 지역은 평균 폭염일수가 24일 이상으로, 전국 평균 10일보다 현저히 길다. 산맥을 넘는 푄 현상과 해풍의 영향으로 국지적 고온도 자주 발생한다.

강수량은 6월에 평년(101.6∼174.0㎜)보다 많을 확률이 40%, 7월(245.9∼308.2㎜)과 8월(225.3∼346.7㎜)은 각각 비슷할 확률이 50%다. 6월에는 북인도양 고수온과 티베트고원의 눈 덮임이 기압골을 형성해 국지적 집중호우가 자주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고기압이 장기간 정체될 경우 대기가 안정돼 강수량이 줄 가능성도 존재한다.

태풍은 예년(평균 2.5개)과 비슷하거나 적을 확률이 각각 40%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동쪽으로 치우쳐 있는 상태로, 대만이나 일본 남동쪽으로 경로가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도 폭염 강도와 빈도를 높이고 있다. 이 교수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상승했으며, 이는 폭염의 발생 확률과 지속시간을 함께 늘리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유지될 경우 2100년까지 한국의 폭염일수는 최대 70.7일, 열대야는 최대 21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상청은 “5월 중순 이후 초여름 수준의 기온이 지속되고 있으며, 여름철 이상고온과 집중호우에 따른 재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사전 대비를 당부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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