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경찰서는 장난감 물총을 비닐봉지에 싸 권총인 것처럼 위장해 은행을 털려던 A(30대)씨를 강도미수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뉴시스
8살 아들의 장난감 물총을 권총처럼 꾸며 은행 강도를 시도한 30대 남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행에 이른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이동기 부장판사)는 강도미수 혐의로 기소된 A 씨(30대)에게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령했다.
A 씨는 지난 2월 10일 오전 11시경 부산 기장군 일광읍 한 은행에서 강도 행각을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그는 얼굴을 털모자와 목도리로 가렸고, 8살 아들이 가지고 놀던 물총에 검정 비닐봉지를 씌운 채 은행에 들어섰다. A 씨는 이 물총을 권총처럼 들고 고객과 직원 10여 명에게 “모두 밖으로 나가라”며 소리를 질렀다.
이어 은행 직원에게 미리 준비한 여행용 가방에 5만 원권 지폐를 담으라며 협박했다. 그러나 A 씨가 한눈을 팔자 한 고객이 그의 물총을 붙잡아 몸싸움을 벌였고, 곧이어 다른 직원들과 시민들이 합세해 A 씨를 제압한 뒤 경찰에 인계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 씨는 코로나19로 자영업에 실패한 뒤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족과 함께 5년 전 부산으로 이주한 그는 생계가 막막해지자 직업도 구하지 못한 상태였다. 최근에는 공과금 체납으로 오피스텔에서 쫓겨난 사실도 확인됐다.
재판부는 “비록 장난감이지만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직원이나 은행에 있었던 시민들에게 상당한 공포와 충격을 줬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범행 도구가 실제 위험성이 없고, 생활고로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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