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난 대선서 탄소세 주장… 올해 공약집엔 구체적 계획 없어
김문수, 탄소 공약 없이 재난 대책… 이준석, 기후위기 관련 내용 없어
TV토론서도 에너지 정책만 다퉈… 전문가 “기후 문제 공감대 부족”
《21대 대선서 ‘환경 공약’ 미흡
6월 3일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의 환경, 기후 관련 공약이 양과 질 모두 과거 선거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2차 대선 후보 TV토론회가 열린 이후에도 후보들이 밝힌 대선 공약은 구체적인 내용을 담지 못하거나 재원 등 실현 가능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일부 후보는 환경, 기후 등과 관련된 공약을 아예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올해 처음으로 대선 토론 주제로 오를 만큼 유권자의 관심이 많은 분야라 후보들의 경각심이 유권자와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李 ‘탄소세’ 공약 실종, 金 탄소 감축안 없어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20대 대선과 비교할 때 기후위기, 탄소중립 등과 관련된 공약은 후순위로 밀려난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0대 대선 당시 기본소득탄소세 도입을 공약했다. 탄소배출량 1t에 약 5만 원의 세금을 매겨 약 30조 원을 확보하고 이를 탄소중립 전환에 활용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기후 대응안을 세 번째 공약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21대 대선 공약에서는 10대 공약 중 마지막 순위에 ‘미래 세대를 위한 기후위기 적극 대응’ 정도를 공개하는 데 그쳤다. 공약의 구체성과 우선순위 모두 과거 선거와 비교할 때 많이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10대 공약 중 8번째에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개편해 기후 재난에 선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10대 공약에 구체적인 정부 개편안을 명시했다는 점은 건설적이지만 탄소 감축에 대한 공약이 따로 없고 기후 재난 대책만 밝혀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가 많다. 환경 관련 정책의 큰 축인 탄소 감축과 기후 적응 중 한쪽만을 다룬 반쪽짜리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대 대선 당시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선 후보의 9번째 공약으로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과 원전 최강국 건설’을 내걸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뚜렷한 기후 위기 관련 공약을 따로 내놓지 않았다. 기후정책 싱크탱크 녹색전환연구소의 이유진 소장은 “각 정당이 기후 문제를 인식하는 스펙트럼 차이가 너무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후보별 기후 위기 공약이 건설적으로 논의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 “기후위기는 생존 문제… 후보 인식 아쉬워”
과거 선거에서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기후위기 대책이 후순위로 밀려나자 전문가와 환경단체 등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2차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원전 등 에너지 관련 정책을 위주로 논쟁했을 뿐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등 산업, 발전, 수송 등을 모두 아우르는 탄소 감축안에 대해 의견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후보는 없었다. 원전은 에너지 정책의 관점보다는 정치적 측면에서 주로 다뤄졌다.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대선 후보들이 기후 위기가 생존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기후 위기가 최우선 당면과제라는 공감대가 부족해 공약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지엽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어 “현재 한국은 에너지 전환 등에 돈이 많이 든다는 인식 탓에 기후위기 대응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아예 안 하고 있다”며 “이미 기후 재난으로 인한 지출이 에너지 전환 등 비용보다 더 커진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는 올해 11월 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30)가 열리기 2개월 전인 9월까지 NDC를 정해 제출해야 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대선 이후 정책 변화에 의해 9월까지 NDC 목표를 수립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후환경단체 ‘플랜1.5’의 윤세종 변호사는 “새로 들어설 정부는 2030년 NDC를 달성해야 하고 동시에 2035년 NDC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며 “후보들이 어떻게 하면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 목표를 세울 수 있는지 준비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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