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인 성폭행 위자료 1억원의 3배 달해
형사재판 ‘징역 23년’ 선고 이어 강한 경종
뉴시스
의붓딸을 13년간 무려 2000회 넘게 성폭행한 남성에게 법원이 중형과 함께 거액의 위자료를 선고했다. 짐승보다 못한 범죄에 사법부가 강한 경종을 울린 셈이다.
27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A 씨가 만 12세가 되는 2008년, 어머니가 재혼하면서 B 씨와 한 집에 살게 됐다. 당시 어머니는 이혼과 재혼, 임신 등을 겪으며 감정 기복이 심했고, A 씨는 오히려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의붓아버지 B 씨에게 마음을 열게 됐다.
하지만 그 신뢰는 곧 그루밍(grooming, 심리적 조종) 범죄로 변질됐다.
B 씨는 그해부터 A 씨가 성인이 될 때까지 총 2092회에 걸쳐 준강간, 강제추행, 유사 성행위 등 범죄를 저질렀다. A 씨는 13년 동안 침묵 속에 갇혀 살아야 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 씨의 어머니는 심한 충격에 극단적 선택을 했고, A 씨는 B 씨를 고소하며 마침내 침묵을 깼다. B 씨는 구속됐다.
A 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지원을 받아 B 씨를 상대로 형·민사 소송을 진행했고, B 씨는 형사 재판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다.
민사 재판의 핵심 쟁점은 위자료 액수였다. 통상 교통사고 사망 피해자의 위자료가 1억 원 수준이었다. 성폭력 피해자의 위자료 또한 1억 원 이하로 인정되는 사례가 많아 B 씨도 이와 비슷한 위자료 지급 판결을 받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공단은 “B 씨의 반복적이고 잔혹한 범행은 A 씨의 신체와 성적 자기 결정권을 중대하게 침해해 A 씨와 그의 어머니가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고액 위자료 지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원은 B 씨에게 “위자료 3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 씨는 항소하지 않았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신지식 변호사는 “이 판결이 성폭력 피해자의 위자료 인정에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