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생 소셜미디어 사전심사 추진
전 세계 공관 비자 발급 인터뷰 일시중단
사상 검증 강화 움직임에 “인스타 글 삭제”
28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 시민들이 미국 비자심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미국의 한 정치전문매체가 관련 외교 전문을 입수해 27일(현지 시간) 마코 루비오 장관이 이날 서명한 전문에서 “(비자를 신청하는 학생들의) 소셜미디어 심사 및 검증 확대를 준비하기 위해 영사 부서는 추가 지침이 담긴 별도 전문(septel)이 발표될 때까지 학생 및 교환 방문자 비자 인터뷰 일정 추가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보도 했다. 2025.05.28. [서울=뉴시스]
“다음 학기 대학 입학 허가를 받았어도 비자가 없으면 출국도 못해요.”
미국 정부가 전 세계 공관에 유학생 비자 인터뷰를 중단하라고 지시하면서 유학 준비생들 사이에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유학을 희망하는 모든 외국인 학생들의 소셜미디어(SNS)를 사전 심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비자 인터뷰 일시중단은 그 일환으로, 인터뷰가 중단되는 대상은 F(학생), M(직업 훈련), J(교환 방문) 비자다.
이미 예약된 비자 인터뷰는 진행되지만 신규 예약은 불가능해 다음 학기 유학을 앞둔 학생, 학자들의 비자 발급 지연이 불가피하다. 사실상 ‘사상 검증’인 소셜미디어 심사까지 추가되면서 비자 발급도 더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미국 대사관 앞에는 비자 심사를 받으려는 시민 30여명이 줄을 서 있었다. 다만 대부분 이번 중단 조치에 해당되지 않는 이민비자 발급 대상자였다.
뉴시스 취재에 응한 유학생과 학원업계는 미국 행정부의 강화된 검증 절차를 우려하며 모두 익명 보도를 요청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UCO) 교환학생인 A씨는 편입을 위해 F1 비자 발급을 준비하던 중 이번 소식을 접했다.
A씨는 “미리 비자 인터뷰를 잡아놔서 다행이긴 한데, 만약 이번에 비자 발급이 거부되면 다시 인터뷰를 예약해야 한다. 장기간 대기하는 데다 인터뷰 예약 비용 30만원을 다시 내야 하는 것”이라며 “학교에서 아직 공지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소셜미디어 검열에 대한 우려도 퍼지고 있다. A씨는 “워싱턴에 갔을 때 트럼프 비판 대자보를 보고 신기해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는데, 혹시나 싶어서 기록도 삭제했다”며 “다들 소셜미디어를 관리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미국 유학을 중개하는 학원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아이베스트 유학원 관계자는 “혼란이 커서 아침부터 유학원 사이트에 접속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오늘 갑자기 뉴스가 나온 데다 시차도 있어서 (미국 현지) 학교들에 연락해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학네트 일산센터 관계자도 “입학 허가서를 받았더라도 비자를 못 받으면 그 날짜에 맞춰 출국할 수가 없으니 모든 일정이 다 꼬이게 된다”며 “내년으로 유학을 미룰 것인지 학생들과 상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을 비판하는 해외 유학생들의 비자를 대거 취소한 바 있는 만큼, 온라인에 정치적 색채를 드러내는 걸 자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월드넷미국유학센타 관계자는 “이번 사태 전부터도 트럼프 행정부 들어 유학 비자 거절이 증가해 왔다. 비자 담당자들이 난감해 할 정도로 발급률이 떨어졌다”며 “장난 삼아 인터넷에 올린 글이 (비자 발급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지금은 반유대주의, 친이슬람 등 문제되는 발언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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