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해군 초계기 음성저장장치 확보…블랙박스는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30일 1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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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야산에 훈련 중이던 해군 P-3 해상초계기가 지상으로 추락하는 모습. (해군 제공)
29일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야산에 훈련 중이던 해군 P-3 해상초계기가 지상으로 추락하는 모습. (해군 제공)

29일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P-3C 해상 초계기 추락 사고를 조사 중인 해군이 사고 원인 파악의 핵심 열쇠가 될 음성녹음저장장치를 현장에서 확보해 분석에 나섰다. 사고기 조종사는 추락 1분 전까지도 관제탑과 정상적인 교신을 한 것으로 확인돼 1분 사이에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군은 30일 사고 현장에서 음성녹음저장장치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음성녹음저장장치에는 조종사 등 승무원들의 기내 통화 내용과 항공기외 통화 내용 등이 녹음돼 있어 추락 직전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알 수 있는 핵심 단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고기 조종사는 추락 1분 전인 29일 오후 1시 48분 관제탑과 교신했는데 비상 상황과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고 해군은 전했다.

다만 사고 원인을 풀어줄 또 다른 핵심 열쇠인 비행정보저장장치(블랙박스)는 장착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행정보저장장치는 비행기의 자세, 방향, 속도 등 비행 세부 정보들이 저장돼 추락 직전 상황을 알 수 있다. 해군 관계자는 “군용 항공기 관련 법률에는 비행정보저장장치를 해군 초계기에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는 내용이 없다”며 “다만 사고기의 경우 올해 말까지 이 장치를 장착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해군이 이날 공개한 포항기지 내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사고기는 정상적으로 이륙해 천천히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던 중 불과 10여 초 만에 갑작스럽게 땅으로 곤두박질치듯 추락했다. 약 270미터 상공에서 갑자기 추진력을 잃은 듯 수직으로 급강하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사고라고 지적했다.

사고기의 기체 정비 등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기종은 1966년 미국에 생산됐지만 우리 해군은 이를 사실상 새 기체로 바꾸는 개량 작업을 통해 2010년 7월 이를 도입했다. 동체를 부품 단위까지 해체한 뒤 다시 조립하는 ‘창정비’는 2021년 8월까지 진행했다. 해군 관계자는 “올해 정비도 야전 정비는 2월에, 부대 정비는 4, 5월 진행했다”고 말했다.

군 항공사고 조사관들이 3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야산에 추락한 해군 대잠 해상초계기 사고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5.5.30. 뉴스1

사고기가 2030년 퇴역을 앞두고 있던 만큼 노후화로 인한 기체 결함 등이 사고의 원인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해군은 “사고기는 총 1만5000시간 비행시간이 보장돼 있는데, 현재까지 비행시간은 6800여 시간으로 절반이 안 되게 운영됐다”고 반박했다.

한편 해군은 이번 사고로 순직한 장병이 정조종사 박진우 소령, 부조종사 이태훈 대위, 전술사 윤동규 강신원 중사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이들의 사망을 순직으로 결정하고 1계급 진급을 추서했다.

#초계기 추락 사고#해군#포항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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