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외상으로 인한 사망자 중 생존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비율이 지역별로 배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 등 일부 권역외상센터의 고질적인 외상외과 전문의 부족 때문으로 풀이된다. 치료를 받으면 막을 수 있는 죽음을 줄이기 위해 만성적인 외상외과 전문의 인력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정경원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등이 대한의학회지(JKMS)에 발표한 ‘한국의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 추세: 외상 시스템 성과에 대한 후속 연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전국 평균 13.9%로 나타났다.
예방할 수 있는 외상 사망률은 외상으로 인한 사망자 중 적절한 시간 내 적정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다면 생존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자 비율을 뜻한다.
연구진은 국가 응급 진료 정보망에 등록된 2021년 외상으로 인한 사망자 929명을 표본 추출해 분석했다. 사망자 평균 연령은 67.8세였고 55세 이상이 80.7%였다. 남성 64.3%, 여성 35.7%로 남성이 더 많았다. 사고 유형은 98.6%가 도로 충돌, 타격, 폭행, 낙상 등으로 인해 신체에 충격적인 힘을 받았을 때 생기는 둔상이었다. 병원 입원 후 사망한 경우가 53.2%, 병원 간 전원 후 사망한 경우와 병원 도착 전 사망한 경우가 각각 20.4%였다.
이들 중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인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2021년 기준 10명 중 1명 수준이었다.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첫 조사였던 2015년 전국 평균 30.5%를 기록한 뒤 2017년 19.9%, 2019년 15.7% 등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연구진은 “권역외상센터 도입 및 성숙, 닥터헬기 도입 등 중증외상 환자 이송체계 개선 등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권역외상센터는 2012년 처음 도입된 데 이어 2017년 전국 17개 시도로 확대됐다.
지역별로는 아직 배 이상 격차가 발생했다. 2021년 기준 5개 권역 중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이 가장 낮은 권역은 인천·경기로 10.2%였다. 서울은 12.4%로 수도권은 사망률이 낮은 편이었다.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지방으로 갈수록 높아졌다. 광주·전라·제주는 21.1%에 달했고 대전·충청·강원은 15.8%였다. 연구진은 광주·전라·제주 지역의 권역외상 진료 시스템 전반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해당 지역의 병원 간 전원 환자가 사망자에 포함된 비율이 높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연구진은 이와 함께 권역외상센터의 고질적인 외상외과 전문의 부족을 꼬집었다. 이들은 “이번 연구에서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 사례 중 병원 단계에서 발생한 경우가 많았고, 주요 원인은 출혈이었다”며 “인력 부족은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으며, 외상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올해 1월 말 기준 전체 17개 권역외상센터 중 절반이 넘는 9곳에 외상외과 전문의 수가 10명도 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각 병원에서 외상외과 전문의 채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의료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 개선과 인건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항주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대부분 권역외상센터가 속한 대학병원에서 전문의 인력 유출이 심한 상황”이라며 “외상 전담 전문의에 대한 처우 개선과 함께 환자를 많이 보는 센터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등 권역외상센터별로 지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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