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인 줄 알았던 두 아들 바닷속 차안 시신으로…살해 가장 “빚 2억 때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3일 16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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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해경이 2일 진도군 진도항에서 일가족 4명이 탑승한 차량을 수색하고 있다.(목포해경 제공) 2025.6.2 뉴스1
목포해경이 2일 진도군 진도항에서 일가족 4명이 탑승한 차량을 수색하고 있다.(목포해경 제공) 2025.6.2 뉴스1
수면제에 잠든 가족들을 승용차에 태운 채 바다로 돌진해 사망케 한 뒤 홀로 탈출한 40대 남성이 빚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지 씨는 수면제를 영양제라고 속여 두 아들에게 먹인 것으로 파악됐다.

3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2일 살인 혐의로 체포된 지모 씨(49)는 “빚이 2억 원 정도 있다. 빚 때문에 힘들어서 아내와 두 아들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차를 몰고 바다로 돌진했다”고 진술했다. 지 씨는 평소 건설현장 등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일해오다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빚이 크게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 씨는 1일 오전 1시 12분경 전남 진도군 진도항에서 수면제에 잠든 아내(49)와 18, 16살 두 아들을 승용차에 태운 채 바다로 돌진해 살해한 뒤 홀로 탈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지 씨는 당시 차량이 3~5m 깊이의 바닷속으로 내려가자 미리 열어둔 창문을 통해 홀로 탈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막상 물 속으로 들어가자 공포감이 들어 탈출했다는 게 지 씨의 진술이다. 수면제로 잠들어있던 아내와 두 아들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범행 이후 진도항 인근에서 머물던 지 씨는 2일 오후 지인 김모 씨(51)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김 씨가 제공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고 광주로 도주했다가 같은 날 오후 9시 검거됐다.

경찰 수사는 지 씨 둘째 아들의 담임 교사의 신고로 시작됐다. 지난달 30일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간다”고 즐거워하며 자율학습을 조퇴했는데, 나흘째 학교에 나오지 않자 담임 교사가 실종 신고를 한 것이다. 해당 교사는 지금까지 결석하지 않던 학생이 연락 없이 결석했던 것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알렸다고 한다.

지 씨 가족은 지난달 30일 밤 전남 무안 해수욕장 인근 펜션에서 숙박한 뒤 다음 날 전남 신안과 목포 지역을 두루 관광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 씨는 지난달 31일 밤 목포 시내의 한 광장에서 두 아들에게 수면제와 음료수를 함께 먹게 한 뒤 승용차에 태우고 진도항으로 이동했다. 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내가 먹은 수면제는 우울증 치료 때문에 평소 복용하던 것”이라면서 “아내는 (범행을) 알고 있었고, 아들들은 몰랐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 씨가 범행을 준비하고 계획한 경위 등을 더 수사한 뒤 4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익사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아내와 두 아들에 대한 부검을 실시해 정확한 사인도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은 김 씨가 지 씨의 도피를 도운 경위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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