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피해 1만건…인근 병원 내원 환자 최대 3배↑
호흡기 질환·심리적 증후군…생체 시료 분석 중요
17일 오전 7시 11분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장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2025.5.17/뉴스1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같은 대형 화재 현장에서 연기·분진에 노출될 경우 ‘반응성 기도 과민 증후군’ 등 직접적 건강 이상 증세는 물론, 심리적 증후군의 일종인 ‘신체 증상 장애’를 겪을 수 있다는 전문의 진단이 나왔다.
이번 화재와 관련해 건강 이상 피해를 신고한 시민이 1만 명을 넘긴 만큼 환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위한 ‘생체 시료 분석’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제시됐다.
박원주 화순전남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6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화재 현장에서는 연소하는 물질 종류에 따라 다양한 유해 물질이 배출된다”며 “단기간에 고농도의 자극 물질에 노출될 경우 ‘반응성 기도 과민 증후군’(RADS) 같은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 질환은 목과 코의 자극 증상, 콧물, 기침, 호흡 불편감,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수일에서 수주 이상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라며 “기전은 유해 물질이 노출된 부분의 상피세포를 손상하고,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화재 연기나 분진 흡입은 모든 사람에게 위험하지만 천식이나 만성 폐쇄성 질환 등 기존에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들, 알레르기성 소양이 있는 자, 노인, 영유아 등 취약 계층에게는 더 큰 유해성을 초래할 수 있다. 기존 질환을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화재 사고 당시 충격과 사고 처리 과정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해 심리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그 결과는 ‘신체 증상 장애’(SSD)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달다.
SSD는 신체 질환을 암시하는 증상이 나타나지만 실제로는 신체적 원인이 아닌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증후군이다. 장시간에 걸쳐 다양한 신체 증상을 반복적으로 호소하지만, 의학적으로는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 과도한 불안, 걱정과 같은 심리적 요인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박 교수는 “현재는 화재 발생 후 3주 이상이 지난 시점으로 대부분의 유해 물질은 반감기를 고려할 때 이미 체외로 배출됐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런데도 소변·혈액검사 등 ‘생체 시료 분석’을 통해 유해 물질 농도가 낮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환자의 불안 등 심리적 피해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생체 시료 분석은 유해 물질 노출이 현재 진행형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19일부터 28일까지 열흘간 광주 광산구에 접수된 건강 이상 인적 피해는 1만 832건이었고, 대부분 기침과 두통 등의 증세를 호소했다.
지난달 17일 발생한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당시 인근 주택가의 모습. (독자제공) 뉴스1
공장 인근에 있는 한 1차 병원은 화재 발생 이후 내원 환자가 2~3배 증가했다. 병원 측은 하루 평균 50여명이던 내원 환자가 120~150여명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내원 환자들은 목과 눈 통증, 기침, 피부 발진, 호흡기 계통 증상 등으로 진료를 받았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인근 주민들도 여전히 심한 기침과 가래, 콧물 등의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증상이 심한 주민들은 안면 근육 마비로 응급실을 찾아가거나 호흡기 질환 악화로 입원, 2주째 지속되는 충혈 현상 등을 보였다. 더욱이 인근 주민들은 완진 판정 후에도 현재까지 화재 현장의 연기·악취가 지속되고 있다며 건강 우려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박 교수는 “증상에 대한 경험이 있는 의료진과의 상담·진료, 관계기관의 신뢰감 있는 자세를 통한 믿음 제공이 이런 심리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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