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두 아들을 태운 차량을 몰고 바다로 돌진, 살해한 40대 남성 A씨가 4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실질심사)에 나서고 있다. 2025.06.04 뉴시스
처자식을 살해한 40대 가장이 “내가 죽으면 자녀들이 힘든 삶을 살 것 같았다”는 그릇된 판단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부인과 두 아들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구속된 지모 씨(49)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며, 오는 11일까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경찰은 지 씨의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 분석 등을 통해 정확한 범행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 씨는 지난달 25일께 부인 정모 씨(49)에게 “빚 2억 원 때문에 살 수가 없다”며 화를 내며 다퉜다. 지 씨 가족은 3~4년 전까지는 아파트에 살았지만, 이후 원룸으로 이사해 네 식구가 한 방에서 생활하는 등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 지 씨의 빚은 제2금융권 대출 1억6000만 원과 작업반장으로서 책임져야 했던 동료 일용근로자들의 임금 3000만 원가량으로, 총 2억 원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8일, 지 씨 부부는 집 근처 약국에서 음료를 사온 뒤 두 아들에게 수면제가 든 음료를 먹여 잠들게 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부부가 범행에 대해 암묵적으로 동의한 정황을 파악했지만, 아들들은 전혀 모른 채 목숨을 잃었다.
목포해경이 지난 2일 진도군 진도항에서 일가족 4명이 탑승한 차량을 인양하고 있다. 2025.6.3 목포해경 제공지 씨는 경찰 조사에서 “내가 죽으면 아들 둘이 빚 2억 원 때문에 고생할 것 같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또 “아들들은 평소 말도 잘 듣고 착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그러나 그의 잘못된 판단으로 두 아들의 생명은 무참히 희생됐다.
지 씨는 1일 오전 1시경, 전남 진도항 앞바다로 차량을 돌진하기 13시간 전에 현장을 사전 답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인과 함께 수면제를 먹으며 나눈 대화와 차량 내부 모습이 차량 블랙박스에 그대로 담겼다. 지 씨는 차량이 바다에 빠진 뒤 혼자 탈출했으며, 하루 뒤 형(56)에게 전화를 걸어 “죽을 것 같다. 진도로 와 달라”며 도피를 시작했다가 검거됐다.
경찰은 지 씨 명의의 보험은 없고, 부인과 두 아들 명의로는 각각 건강보장보험 1건씩만 가입돼 있었다고 밝혔다. 해당 보험은 치료비 지원 목적의 상품으로, 별도의 보상금은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지 씨는 빚으로 생활고를 겪고 있었고, 10여 년간 조울증을 앓은 부인을 돌보느라 일을 하지 못할 때도 있어 많이 힘들어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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