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인구 소멸 대응책 ‘문화 복지’
지자체들 ‘문화 복지’ 안간힘… 연극-오페라 등 순회공연 개최
문화 자생력 키우려는 노력도… “문화시설은 지역 핵심 인프라”
제주 가파초등학교 전교생 4명이 지난달 8일 이우만 세밀화 작가(오른쪽)와 함께 탐조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작가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의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입주자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제공
“저 새는 후투티, 저 새는 제비물떼새….”
제주도와 마라도 사이에 위치한 작은 섬, ‘섬 속의 섬’이라고 불리는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도의 가파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8일 망원경으로 새들을 보며 말했다. 이 학교 전교생 4명은 모두 ‘새 박사’로 통한다. 탐조(探鳥) 후 새의 모습을 화폭에 담는 활동을 하면서 새 전문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의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에 입주한 20여 년 경력의 세밀화 작가가 탐조 활동에 동행해 가파도의 자연과 생태의 가치를 알려주고 세밀화 기법도 가르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예술가들에게 창작과 거주 공간(레지던스)을 제공하고, 입주 예술가는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재능 기부를 함으로써 지역 문화 복지를 실현하는 프로그램이다. 지역 주민들은 문화 경험을 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예술가들은 안정적인 창작 기반을 얻으니 서로에게 ‘윈윈’인 셈이다.
지방 소멸 위기의 한 원인으로 ‘문화 격차’가 꼽히는 가운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들도 분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올해 4월 발표한 ‘지역문화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의 문화예술시설 평균 접근 거리는 구(區) 264.0m, 군(郡) 1만2576.8m로 50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문화예술 직접 관람률 역시 대도시와 중소도시는 각각 67.5%, 63.4%인 반면에 읍면 지역은 52.1%에 불과했다.
지역 내 문화시설, 콘텐츠 부족은 사람들이 지역을 떠나게 하고, 줄어든 수요는 다시 문화 인프라 감소로 이어진다. 악순환이다. 제주를 비롯한 많은 인구 감소 지자체들이 문화복지 사업 발굴에 골몰하는 이유다.
전남 강진군, 충북 단양군은 폐교를 리모델링해 마을도서관과 평생학습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충북 영동군과 경북 의성군은 버스로 꾸민 이동식 공연 차량을 이용해 ‘찾아가는 연극·영화·오페라’ 순회공연을 운영하고 있다. 공연장 인프라가 전무한 강원 인제군에서는 군이 작은 예술회관을 열어 클래식과 국악 공연을 개최한다. 경북 봉화군은 고령자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디지털 배움터’를, 전남 해남군은 ‘스마트노인복지관’을 운영 중이다.
‘문화 자생력’을 키우려는 노력도 확산되고 있다. 전북 고창군 ‘작은 문화 배움터’, 경남 남해군 ‘마을 문화활동가 양성사업’이 대표적이다. 작은 문화 배움터는 전통예술체험마을 등 지역 문화 공간을 활용해 주민들에게 수공예, 농특산품 체험, 전통문화 교육 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마을 문화활동가 양성사업은 지역 주민들을 교육해 문화활동가를 양성하고, 이들이 직접 마을 단위에서 문화사업을 개발하거나 실행하도록 지원한다. 모두 지역 주민들이 직접 문화의 생산자가 되게 해 지역문화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문화시설은 단순한 여가시설이 아니라 지역을 유지하고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핵심 인프라’라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문화 체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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