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쓰고 도포 입은 선비와 정원 문화 즐겨요”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8일 15시 05분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이달 1일까지 누적 124만 관람객 찾아
외국인도 갓 쓰고 시 적으며 정원 탐방
고령자·장애인 맞춤형 도슨트 투어도
생활인구 늘어 동작·관악 상권 활성화

서울시 제공
“한국의 전통모자(갓)를 쓰고 정원을 둘러보니 드라마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어요.”

지난달 25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참석한 튀르키예 유학생 멜리사 첼릭 씨(23)가 외국인을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이렇게 말했다.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한국의 전통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던 멜리사 씨는 이날 옥색 도포를 입고 갓을 쓴 선비 모습의 해설자에게 한국의 정원문화에 대한 소개를 들으며 다과를 즐겼다.

개막 열흘 만에 111만 명 발길

지난달 22일 개막한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막을 올린지 열흘 만에 1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연속 밀리언셀러 행사로 등극하며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볼거리·즐길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주변 상권으로 관람객의 소비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8일 서울시는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지난달 31일까지 111만 명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2015년 시작된 ‘서울정원박람회’를 국제 규모로 확대한 행사로, 올해는 111개 정원이 12만 평(약 39만6700m²)의 보라매공원을 장식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개막 첫 주말인 지난달 24, 25일에 30만 명 이상이 찾았고 이달 1일까지 누적 관람객은 124만7286명에 달한다. 박람회는 10월 20일까지 이어진다.

서울시 제공
이번 정원 박람회에서는 외국인 대상 콘텐츠도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정원을 여행하는 돌-서울정원 여행자’ 프로그램에서는 외국인 참가자가 도포를 입고 갓을 쓴 선비에게 한국의 정원문화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갓을 쓰고 정원을 산책한다. 정원을 둘러본 뒤 다과를 즐기며 느낀 점을 돌 위에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시로 적는 체험도 진행된다. 미국인 관광객 스텔라 씨는 “평소 공간과 문화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이 프로그램 덕분에 서울에서 그런 모험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존에 한국어로만 진행했던 정원 투어 프로그램과 달리 영어 해설을 따로 마련한 ‘보라매 도슨트 투어’도 행사기간 중 매일 2회 진행된다. 올해 처음 시작한 ‘정원동행투어’는 계단 등 장애물이 없는 단순한 동선으로 구성되고 수어 영어 통역 등이 제공되는 등 고령자·장애인·다문화가족 맞춤형으로 제공된다. 행사장에 거동이 불편한 관람객이 무료로 대여해 이용할 수 있는 전동 휠체어도 구비돼 있다.

생활인구·상권매출도 상승

100개가 넘는 정원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만큼 주변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서울시가 박람회 개최 전후 각 일주일간 행사를 여는 보라매공원 인근 동작구와 관악구의 주요 상권의 신용카드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상 지역의 신용카드 평균 결제금액이 하루 6억7600만 원으로 전주 평균 5억6700만 원 대비 약 20% 증가했다. 생활인구도 대폭 늘었다. 기간 중 해당 지역의 하루 평균 생활인구는 약 8152명으로 직전 주 평균(5831명) 대비 40%가량 증가했다.

이번 박람회 행사장 내에서 운영한 ‘가든마켓’도 개막 후 이달 1일까지 11일간 약 9억5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서울시가 공원 내 상행위 금지 규제철폐를 위해 도시공원 조례상 상행위 금지조항을 개정하고, 상행위 허용 즉시 시행을 위한 공동·구체적 기준을 마련해 1월 31일부터 실행에 나선 규제철폐안 5호 ‘공원 내 상행위 일부 허용’이 장기간 적용되는 첫 사례다. 가든마켓은 △푸드트럭 △정원산업전 △서로장터 플리마켓 △장애인 행복장터 △정원카페 등 총 6가지 유형으로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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