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2세 회사에 ‘공짜 보증’을 서주며 10년간 자금줄을 터준 중흥건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아빠 찬스’로 몸집을 불린 중흥토건은 그룹 핵심 계열사로 단숨에 올라섰고, 이에 중흥건설은 경영권 승계 작업까지 순탄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9일 공정위는 중흥건설의 사익편취, 부당지원 혐의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80억21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지원 주체인 중흥건설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아파트 브랜드 중흥S클래스, 푸르지오 등을 보유한 중흥건설은 올해 기준 재계 20위의 대기업 집단이다.
문제가 된 건 중흥건설이 2015년 7월~올 2월 중흥토건이 시행·시공하는 12개 건설 및 개발사업에 연대보증, 자금보충약정 등 신용보강을 무상으로 제공한 행위다. 중흥토건은 2세 정원주 그룹 부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계열사로 2015년 당시엔 규모가 작아 혼자서 대출을 일으킬 수 없었다.
이에 중흥건설이 나서 보증을 서주고 자금 융통을 도운 것이다. 신용보강은 통상 지분을 가진 시공사가 시공이익을 나눠 갖는 대가로 제공하지만, 중흥건설은 시공에 관여하지 않았는데도 보증을 서줬다. 최소 181억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신용보증 대가도 일절 받지 않았다. 중흥건설의 ‘뒷배’로 중흥토건이 받아간 대출은 24건으로, 총 2조9000억 원에 달했다.
그 결과 중소사업자들의 시장 진입과 경쟁 가능성이 저해되는 등 공정한 거래 질서가 훼손됐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실제 중흥토건이 이 사건과 관련된 12개 주택건설 및 산업단지개발 사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은 1조 원이 넘었다. 중흥토건의 시공능력평가 순위 역시 2014년 82위에서 2024년 16위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이에 정 부회장 개인도 지분가치 상승, 650억 원의 배당금, 51억 원의 급여 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봤다.
공정위는 중흥건설이 부당지원을 토대로 2세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까지 완성했다고 보고 있다. 중흥건설의 지배구조가 중흥토건을 중심으로 개편될 수 있었던 건 중흥건설의 무상 신용보강이 뒷받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흥건설 측은 “공정위에 당사 입장을 충분히 소명했으나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위 의결서 접수 후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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