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도봉구 창동에 위치한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이 전시품을 둘러보고 있다. 국내 최초의 사진 매체 특화 공공미술관인 이곳은 ‘기록물이자 작품’으로서의 사진과 사진문화를 알리기 위해 10년의 준비 끝에 지난달 29일 문을 열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라고요?”
지난달 30일 서울 도봉구 창동의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2층 기획전시실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철근과 자갈, 콘크리트와 목재 등 건축 재료가 자연과 어우러진 듯한 이 사진들은 한 폭의 회화처럼 보였다. 미술관 관계자는 “사진이 맞다”며 “한 장이 아니라 여러 장의 사진을 결합해 만든 ‘포토 몽타주’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 국내 최초의 공공 사진미술관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140년 한국 사진사를 총망라한 국내 첫 공립 사진 전문 미술관이다. 지난달 29일 서울시립미술관의 분관으로 문을 열었다. 그동안 국내 사진 전문 미술관·박물관은 대부분 사립으로 운영돼 왔으나, 이곳은 열린 공간에서 시민 누구나 전시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미술관 관계자는 “사진을 ‘기록물’이자 ‘작품’으로 조명하며, 사진 문화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10년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미술관 외관부터 눈길을 끌었다. 건물 하단을 비틀어 한쪽을 들어 올린 듯한 독특한 형태의 출입구로 들어서면 높이 10m의 로비가 펼쳐진다. 이 건물은 2019년 공개 공모를 통해 선정된 오스트리아 건축가 믈라덴 야드리치와 한국 건축가 윤근주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이날 미술관에서 만난 야드리치는 “카메라의 조리개가 열리는 모습을 형상화했다”며 “사진의 최소 단위인 ‘픽셀’을 모티프로, 외벽을 층층이 쌓인 직사각형 모듈로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연면적 7048m2 규모로 지하 2층∼지상 4층에 전시실, 교육실, 암실, 포토북카페 등이 마련됐다. 2층 기획전시실에서는 개관 특별전 ‘스토리지 스토리’가 열리고 있다. 서동신, 오주영, 원성원 등 동시대 작가 6명이 참여해 미술관의 건립 과정을 사진으로 풀어냈다. 특히 정지현 작가는 3년간 촬영한 미술관 건립 과정을 평면 이미지, 실크스크린, 3D 시뮬레이션 등으로 재해석해 눈길을 끌었다.
3층에서는 또 다른 개관 특별전 ‘광채 光彩: 시작의 순간들’이 열리고 있다. 1929년 한국인 최초로 개인 사진전을 연 정해창을 비롯해 한국전쟁 이후 도시와 서민의 삶을 기록한 이형록, 1948년 해방 이후 예술사진 개인전을 연 임석제, 한국 모더니즘 사진을 개척한 조현두,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작업한 박영숙 등 한국 사진사의 전환점을 만든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 과학관 이어 K팝 공연장도 개관 예정
4층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사진 전문 도서관 ‘포토라이브러리’가 자리했다. 한국사진사와 사진문화의 흐름을 담은 사진집, 도록, 희귀 도서 등 5000여 권을 열람할 수 있다. 포토북카페, 암실, 교육실 등도 함께 운영돼 시민들의 참여를 기다린다. 이날 미술관을 찾은 설인선 씨(72)는 “40여 년간 사진을 찍어 왔는데, 사진 전문 공공미술관이 생겨서 정말 반갑다”며 “포토 몽타주 등 다양한 전시를 보며 앞으로도 자주 찾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미술관 개관으로 도봉구는 문화 인프라가 부족했던 동북권에서 새로운 문화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8월 개관한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에 이어 2027년에는 2만8000석 규모의 K팝 공연장 ‘서울 아레나’가 개관될 예정이다. 도봉구 관계자는 “창동이 서울의 문화 지형을 바꾸는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도봉동 화학부대 훈련장 부지에 준비 중인 한옥마을 등과 연계해 문화관광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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