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운동장에 붉은색 하트가 그려진 헌혈버스가 들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이 학교에서 단체 헌혈이 중단된 지 6년 만이었다. 이날 학생 100여 명이 헌혈에 동참했다.
학교와 학생들에게 단체 헌혈을 제안한 건 이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김규일 교사(55)다. 그는 교내 청소년적십자(RCY)와 레드 캠페이너(고등학생 헌혈 홍보대사) 지도교사로 활동하며 학생들에게 헌혈을 장려해 왔다. 김 교사는 본보 통화에서 “10, 20대 헌혈률이 낮은 건 헌혈을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헌혈을 경험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7월 학교 축제에선 ‘헌혈 골든벨’ 퀴즈대회도 열 계획이다. 김 교사는 “처음엔 주삿바늘만 봐도 무서워하던 아이들이, 헌혈 후엔 팔의 거즈를 보여주며 뿌듯해한다. 공부보다 의미 있는 것을 가르쳤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 교사는 2018년 정기 헌혈을 약속하는 ‘등록헌혈 회원’으로 가입했다. 그 후 7년 동안 총 165회 성분헌혈을 해왔다. 성분헌혈은 혈장, 혈소판 등 혈액 중 특정 성분 뽑은 뒤 나머지는 다시 체내로 돌려보내는 채혈 방식이다. 성분헌혈은 성분에 따라 30분~1시간 30분가량 소요돼 전혈(10~15분)보다 번거롭다. 김 교사는 “혈장이 부족해 수입까지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성분헌혈을 결심했다”며 “60세 전까지 300회를 채우는 게 목표”라고 했다.
김규일 교사 제공 김 교사처럼 정기 혈액 후원을 약속한 등록헌혈 회원은 2017년 87만6332명에서 올해 5월 말 기준 224만2864명으로 약 2.5배로 늘었다. 전체 헌혈 중 등록헌혈 회원 비중도 2017년 38.9%에서 지난해에는 70.8%까지 올랐다. 다만 등록헌혈 회원 중 실제 헌혈에 참여한 경우는 지난해 기준 35% 수준에 그쳤다. 정기 혈액 후원자 확보만큼이나 꾸준한 동참을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사는 “처음엔 남을 위해 시작한 헌혈이지만, 더 오래 헌혈하고 싶어 건강을 더욱 신경 쓰게 됐다. 헌혈은 곧 나를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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