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 사로잡혀 살인…“심신미약이지만 감경 사유 아냐”
“피해자 가족의 사형 요구 무리하지 않아…깊은 위로”
아파트 이웃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A 씨. 2024.8.1 뉴스1
검찰이 이웃 주민을 일본도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2심에서도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 민성철 권혁준)는 12일 살인 혐의를 받는 백 모 씨(38)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백 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이었다고 판단하면서도 형 감경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아나 현실 판단이 완전히 붕괴된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더군다나 이 사건과 같이 고도의 판단 능력이 필요한 범행이 아니라 사람에게 칼로 해를 가해 ‘저 사람을 내가 살해했을 때 어떤 책임을 지는지’까지 판단하지 못할 정도의 심신미약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백 씨에게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해도 피해자에게 아무런 귀책 사유 없이 중대한 결과를 발생시킨 점이 무엇보다 가장 크게 고려될 수에 없고 범행 수단·방법이 매우 중대하다”면서 “피해자는 무슨 변명이나 저항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는 참혹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질타했다.
또 “피고인이 본인 행위를 제대로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일정 기간 후 피고인을 사회로 다시 돌려보냈을 때 같은 결과가 또 발생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보여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형을 선고해달라는 검찰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하더라도 결국 피고인이 가석방으로 중간 출소할 가능성이 가장 우려되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사건 같이 중대 범행의 경우 피고인의 수형 생활에도 충분히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해자 유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가족들의 사형 요구가 무리하거나 과한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유족들이 써낸 탄원서 내용을 보면 가족들이 얼마나 피해자를 아끼고 그리워하고 미안해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재판부의 말을 들은 유족들은 방청석에서 소리 내 오열했다.
백 씨는 지난해 7월 29일 오후 11시 27분쯤 서울 은평구 아파트단지 정문에서 일본도를 휘둘러 40대 남성 A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백 씨는 상처를 입고 도망가는 피해자를 쫓아 가 추가 피해를 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A 씨가 나를 미행하는 스파이라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행위가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는 등 횡설수설하며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1심은 “범행의 동기와 내용, 범행 방법의 잔혹성에 비춰 보면 당시 피고인의 정신 상태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그 죄질이 극도로 불량하고 피고인의 책임이 엄중하다”며 백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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