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최대 규모의 생태 놀이터
자연소재 활용, 인공구조물 최소화
내년부터 경남형 자연놀이터 개발
“주민 의견 적극 반영해 조성할 것”
18일 오전(현지 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발뷔파르켄 자연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이 미끄럼 타워를 타며 놀고 있다. 발뷔파르켄은 코펜하겐 최대 규모의 자연형 놀이터로,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려 조성된 것이 특징이다. 경남도 제공
“아이들이 스스로 뛰놀며 상상력과 모험심을 키우는 공간이죠.”
18일 오전 10시경(현지 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발뷔파르켄 자연놀이터’에서 만난 헬레 네벨롱 코펜하겐시 공공놀이터 수석 디자이너는 이같이 말했다. 자연의 지형과 재료를 그대로 살린 이 놀이터는 “아이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놀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같은 시각, 놀이터 입구 인근 풀장에선 20여 명의 어린이들이 섭씨 24도의 초여름 날씨 속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100m 떨어진 공터에선 물놀이를 마친 아이들이 모닥불을 쬐거나 세발자전거를 타며 삼삼오오 어울려 놀고 있었다.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공원 중심에 자리한 ‘미끄럼 타워’였다. 5∼6m 높이의 타워에 오르기 위해 줄을 선 아이들,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 모래를 만지며 뛰노는 아이들로 주변은 활기가 넘쳤다. 타워 옆에는 달팽이 모양의 언덕과 나무다리, 드넓은 초지가 이어져 있었다.
총면적 65ha(축구장 약 90개 규모)에 달하는 발뷔파르켄은 코펜하겐 최대 규모의 도시정원이다. 이 가운데 약 2만 m² 규모 공간에 조성된 자연놀이터는 2001년 문을 열었으며, 코펜하겐시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인공 구조물을 최소화하고 자연 지형을 그대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놀이터 곳곳에는 나무, 돌, 물, 모래 등 자연 재료로 만든 놀이시설이 배치돼 있었다.
설계 단계부터 지역 주민 의견을 적극 반영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 지역 생태계와 연결된 놀이 구조 등은 모두 아이들과 주민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마련됐다. 네벨롱 씨는 “2022∼2023년 개보수 당시에도 ‘자연 그대로 보전해 달라’는 요청이 가장 많았다”며 “이에 따라 언덕과 버드나무 집, 나무다리, 밧줄 놀이시설 등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의 모험심을 자극하는 설계도 눈에 띈다. 자연 등반 시설과 나무 구조물, 물 흐름을 따라 만든 물놀이 공간, 숲과 들판 사이에 숨겨진 모래 공간 등은 아이들이 직접 놀이를 만들고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초등학교 방과 후 활동 기관에서 근무 중인 유니스 칼레드 씨는 “실패하거나 다쳐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구조라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놀이에 참여한다”며 “이곳은 단순한 놀이공간을 넘어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는 장소”라고 말했다.
경남도는 발뷔파르켄 자연놀이터의 운영 방식과 설계 철학을 벤치마킹한 ‘경남형 자연놀이터’ 모델을 개발해 내년부터 도내 전역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경남 지역에 있는 약 4700곳의 놀이시설 대부분이 획일적인 플라스틱 구조물 중심이라는 점에서 자연 기반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경남도는 유럽 주요 자연놀이터 15곳을 직접 방문하고, 관련 디자인 회사 및 전문가들과 면담을 해 왔다. 도 인구미래담당관실 관계자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창의적으로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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