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 꿈꾸는아이들 국토대장정 참가 아동들이 대형 플래카드에 자신만의 다짐과 소망을 적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강원도 삼척의 햇살 아래 처음 모인 아이들의 얼굴엔 설렘과 긴장이 교차했다. 6월 3일부터 3박 4일간 이어진 ‘2025 제7회 월드비전 꿈꾸는아이들 국토대장정’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강원 해파랑길을 따라 국토대장정에 나선 참가자들이 깃발을 들고 행군하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올해 주제는 ‘Jump’- 점프. 도전과 성장을 상징하는 이번 여정은 강원 해파랑길을 따라 삼척에서 양양까지 걷고 서울의 일부 지역도 함께 걸으며 총 60㎞를 완주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아이들은 역경을 딛고 스스로 성장하는 경험을 쌓아가며 기후 위기의 현장을 몸소 체감하는 특별한 배움의 시간을 국토대장정 내내 이어갔다.
처음 내디딘 한 걸음, 두려움 대신 용기로
하윤(가명, 중2)은 운동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 기회만큼은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출발 전 매일 1만 보를 걸으며 준비했지만 본격적인 행군은 예상보다 훨씬 힘들었다. “만보 걷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힘들었어요. 하지만 친구 손을 잡고 바다를 보며 한 걸음씩 내디디니 버틸 수 있었어요.” 하윤에게 이번 국토대장정은 태어나 처음 보는 바다를 만나는 시간이기도 했다.
“현실 같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어요. 이곳에 오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동갑내기 이현(가명, 중2)은 출발 직전 발목을 삐끗하는 부상 속에서도 참가를 결심했다. 다행히 갑작스러운 부상에 대비해 구급 차량이 함께 이동하며 지원해 줬고 그는 걷기와 차 타기를 번갈아 하며 끝까지 여정을 완주했다. 이현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며 스스로를 격려했다.
기후 위기를 배우고 함께 성장한 나날들
둘째 날부터는 본격적인 기후 위기 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해변 플로깅을 하며 주운 쓰레기로 환경 슬로건을 만들고 밤에는 ‘글로벌 6K 야간행군’을 통해 매일 물을 길어야 하는 개발도상국 아이들의 현실을 함께 체험했다. 하윤은 “물통이 무거워질수록 내가 이 걸음을 걷고 있는 이유가 더 절실히 느껴졌다”며 “지금 이 무거움도 잠시일 뿐인데 매일 이런 길을 걸어야 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걸 생각하니 힘들다가도 마음이 다시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무더위 속에 걷던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응원도 준비됐다. 월드비전 후원자들이 간식차를 마련하고 유튜브 인기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팝콘치킨과 과일화채를 나눠주는 이벤트가 펼쳐졌다. 유튜버 이상한과자가게, 돼끼, 레시피읽어주는여자, 수네마틱이 함께 준비한 간식은 지친 아이들에게 뜻깊은 응원의 순간을 선사했다. 이현은 “너무 좋아하던 유튜버들이 직접 간식을 나눠줘서 놀랍고 신기했어요. 덕분에 힘들었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라며 깜짝 등장한 유튜버들과 마주한 순간을 떠올렸다.
한계를 넘어선 끝, 나를 다시 만나다
3일 차에는 한낮의 뜨거운 햇살 속에서 걷는 여정이 한층 더 힘겨워졌다. 하지만 하윤은 오히려 자신 안의 새로운 힘을 발견했다. “포기하고 싶던 순간도 많았지만 계속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안에 이런 힘이 있는 줄 몰랐어요.” 지쳐가는 순간마다 친구의 손을 잡고 함께 웃으며 나아가는 모습 속에 이 대장정의 진짜 의미가 담겨 있었다.
6월 6일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완주 인증서를 받은 아이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하윤은 “이제는 뭐든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국토대장정도 해냈는데 이것쯤이야’라는 용기가 생겼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현도 “다리는 아팠지만 끝까지 참여한 게 너무 뿌듯해요. 이 경험이 앞으로 무슨 일이든 한 번 더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이 될 것 같아요”라고 다부진 모습을 보였다.
월드비전 ‘꿈꾸는아이들’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국토대장정은 아동들이 기후 위기의 현실을 몸소 체험하고 도전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친구들과 손을 맞잡고 걸으며 ‘함께 걷는 도전, 함께 만드는 푸른 미래’를 직접 경험한 순간들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이다. 하윤이 말한 ‘살면서 딱 한 번뿐인 이 시간’ 또한 아이들의 마음에 특별한 추억으로 새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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