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 기회소득 예술인 페스티벌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예술인 체험 부스에서 도자 물레 체험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경기도는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시장이 보상하지 못하는 사회적 가치를 공공정책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실험에 착수했다. 바로 ‘기회소득’이다.
시행 3년째를 맞는 기회소득은 시장경제의 한계 너머에 있는 사회적 가치를 실생활 속 기회로 전환하는 정책이다. 예술인, 장애인, 체육인, 농어민, 아동돌봄, 기후행동 실천 등 현재 6개 분야에서 시행 중이다. 지난해 기준 누적 수혜자 수만 30만 명에 달한다. 보이지 않는 사회적 가치를, 제도적으로 보상해 자존감과 삶의 질을 높이면서 사회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평가다.
기회소득 정책은 복지로 분류되기보다 ‘사회적 투자’로 평가받는다. 2024년 10월 경기연구원 조사에서 “도민 87.3%가 기회소득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경기도민 2500명, 웹·모바일 조사)고 응답했다. 김동연 지사는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 있는 활동이 사회 전체의 미래를 바꾼다”라며 “앞으로도 누구나 기회의 주체가 되는 ‘기회수도 경기도’를 실현하겠다”라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023년 예술인 기회소득 최초 수혜자 7명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예술·체육인, 환경 실천해도 지원
‘예술인 기회소득’은 2023년부터 시행 중인데, 예술인을 대상으로 연간 150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예술인에게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전해 주고, 경기도민에게는 문화 향유의 기회를 확대하는 게 목적이다. 예술 활동 증명서가 있고 개인소득이 중위소득 120% 이하의 예술인이면 지원받을 수 있다.
사업 첫해 7252명, 지난해 9172명이 혜택을 받았다. 올해는 사업 첫해의 두 배인 1만5000여 명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정책 시행 전후를 비교하면, 참여 예술인의 1주당 예술 활동 시간은 42분 늘었고, 월평균 예술 활동 관련 소득도 약 4만8900원 증가했다. ‘안정적 여건이 제공될 때, 예술인이 더 활발하게 창작활동에 전념한다’라는 성과를 보여줬다.
‘장애인 기회소득’은 장애인의 건강권과 삶의 질, 사회참여 확대를 이끄는 전국 최초의 ‘행동 기반 보상’ 정책이다. 중위소득 120% 이하 중증장애인(13~64세)이 대상이다. 스마트워치를 활용한 건강 활동을 인증(주 2회)하면 월 10만 원을 지급한다. 2023년 5836명, 2024년 1만904명이 참여했고, 올해 6월까지 누적 참여자는 2만7000명이 넘는다. 지난해 참여자의 만족도는 무려 86.7%였다. 올해에는 지원금을 연 120만 원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11월 경기 시흥시 갯골생태공원에서 ‘장애인 기회소득, 360도 어디나 돌봄 행사’에[서 김성중 행정1부지사가 참가자들과 함께 축하공연을 보고 있다. 경기도 제공‘기후행동 기회소득’은 탄소중립 실천 보상 제도다. 걷기, 다회용기 사용, 고효율 가전 구매 등 15가지 활동을 실천하면 최대 6만 원 상당의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시행 1년 만에 128만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탄소중립 실천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감축된 온실가스는 연간 10만3699t. 소나무 약 83만 그루를 심거나, 축구장 1만3000개 크기의 숲 조성 또는 전기버스 2630대를 도입한 것과 맞먹는 수치다.
돌봄공동체 참여자에게 활동비를 지급하는 ‘아동돌봄 기회소득’은 보육의 공공성과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새로운 복지 모델이다. 공적 돌봄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아동 돌봄을 이웃과의 연대로 확장한 정책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달에 30시간 이상, 부모를 대신해 아동 돌봄에 참여하면 1년에 최대 240만 원을 지급한다. 지난해 5월 기준, 133개 돌봄공동체와 384명이 참여하고 있다.
‘농어민 기회소득’도 성과를 내고 있다. 청년 농어민(50세 미만), 귀농·귀어인(최근 5년 이내 귀농), 친환경 농업인(친환경, 동물복지, 명품수산 등 인증자 대상)에게는 월 15만 원, 일반 농어민에게는 월 5만 원을 지역화폐로 준다. 지난해 9478명이 참여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17만2000여 명으로 늘어나는 등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 농촌에 젊은 인구가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환경친화적 농업을 확산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체육인 기회소득’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개인소득 중위 120% 이하인 선수, 지도자, 심판 등에 연 150만 원을 2회에 걸쳐 지급하는데, 올해 24개 시군이 참여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헤 5월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 멘토링에 참여한 미국 워싱턴대 한인 학생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청년 꿈 보장하는 ‘청년 기회 패키지’
기회소득을 중심으로 청년층, 중장년층, 균형발전까지 연결하는 정책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청년 기회패키지’는 경기도가 청년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 기획한 정책으로 △경기청년 사다리 △경기청년 갭이어 △경기청년 기회 사다리 금융 등이 있다.
‘경기청년 사다리’는 19~39세 청년에게 해외 대학 연수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2023년 호주 시드니대 등 5개 대학 200명, 지난해 미국 미시간대 등 9개 대학 270명이 참여했다. 올해 8개 나라 12개 대학으로 떠날 340명을 선발했다.
‘경기도 청소년 사다리’ 프로그램도 있다. 지난해에는 95명의 청소년이 미국 디트로이트와 캐나다 토론토를 방문해 원어민 강사와의 토론 수업, 직업 멘토링 특강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올해는 105명을 모집해 7, 8월 중 3주간 캐나다 밴쿠버와 영국 브라이턴에서 진행한다.
지난해 5월 수원 아주대학교 연암관 1층 대강당에서 열린 ‘꿈을 향한 나침반’ 행사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청년 갭이어 사업 참여 청년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경기청년 갭이어 프로그램’은 청년들이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면서 꿈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역량교육, 멘토링, 프로젝트 지원금 등을 제공한다. 2023년 629명, 지난해 903명을 교육했고 올해는 1091명이 선발돼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경기청년 해외 취 창업 기회 확충(경청 스타즈)’은 해외 취·창업을 꿈꾸는 청년에게 해외 기업 현장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297명이 해외기업 체험 및 멘토링 등으로 해외 취업에 대한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올해는 200명이 13개 나라 14개 도시에서 해외기업 방문, 실무 체험 및 현지 청년 리더와의 네트워킹 등을 통해 견문을 넓힐 예정이다.
‘경기청년 기회사다리금융’은 25~39세 청년을 대상으로 하나의 계좌에서 저금리 대출과 우대금리 저축을 이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대출 공급 규모는 약 1조 원으로 최대 10년간 500만 원까지 지원한다. 2023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1만8313명에게 704억2000만 원, 올해 4월부터 2321명에게 69억6000만 원을 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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