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휘발유 뿌려…임신부 넘어져도 불질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25일 15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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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말 5호선 방화범 범행 순간 영상 공개
순식간에 검은 연기-화염…열차안 ‘아수라장’
검찰 “테러 준하는 살상행위“ 60대 구속기소

서울남부지검 제공
서울남부지검 제공
서울 지하철 5호선 방화 피의자 원모 씨(67)가 25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원 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 적용하며 그의 방화 행위를 “전체 승객을 대상으로 한 테러에 준하는 살상행위”라고 규정했다.

서울남부지검 ‘지하철 5호선 방화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손상희 부장검사)은 이날 원 씨를 살인미수 및 현존전차방화치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원 씨는 5월 31일 오전 8시 42분경 5호선 여의나루역과 마포역 사이의 터널 구간을 달리던 지하철 안에서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검찰이 제공한 당시 CCTV 영상에는 승객들 사이에 서 있던 원 씨가 백팩에서 페트병을 꺼내 안에 든 휘발유를 바닥에 붓고, 곧이어 토치로 불을 붙이는 장면이 담겼다. 이를 본 승객들은 놀라 다른 칸으로 황급히 대피했다. 임신부 등 일부는 미끄러져 넘어지거나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한 채 뛰쳐나갔다. 불은 순식간에 번졌고, 검은 연기가 열차 전체로 퍼져나가며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기관사는 즉시 열차를 멈추고 승객들과 함께 열차 내 비치된 소화기로 불을 진화했고, 승객들이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열차에서 내려 터널 선로를 따라 긴급 대피하면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열차에는 승객 420여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원 씨는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한 직후 방화를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5월 21일 휘발유 3.6리터를 구입하고, 모든 금융자산을 정리해 친족에게 송금하는 등 신변을 정리했다. 범행 전날에는 휘발유가 든 가방을 들고 서울 지하철 1·2·4호선을 오가며 회현역, 강남역, 삼성역 등에서 범행 기회를 물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불특정 다수의 승객이 이용하는 지하철에 다량의 휘발유를 살포한 후 불을 질러 대규모 화재를 일으키고, 유독가스를 확산시키는 것은 전체 승객을 대상으로 한 테러에 준하는 살상행위”라며 살인미수 혐의 추가 이유를 설명했다.

또 “피고인이 범행 장소를 지하철로 정한 이유는 사회적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며 “자기중심적·피해망상적 사고에 따른 불특정 다수에 대한 표출형 범죄로, 대중교통 내 집단 살상을 예견하고도 이를 실행한 계획범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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