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하다 쓰러져도 원 씨가 불을 붙이려고 준비하는 사이 승객들이 놀라 대피하고 있다. 한 임신부(아래 가운데)가 휘발유에 미끄러져 신발이 벗겨진 채 넘어져 있다. 지하철 폐쇄회로(CC)TV 영상 캡처. 서울남부지검 제공서울남부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손상희 형사3부장)은 25일 피의자 원모 씨(67)를 살인미수, 현존 전차방화치상,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원 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8시 42분경 여의나루역에서 마포역 사이 1.6km의 한강 하저터널을 운행 중이던 5호선 열차 안에서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질러 승객 약 160명의 생명을 위협하고 이 중 6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테러에 준하는 살상행위”라고 밝혔다.
태연히 불 질러
원 씨가 바닥에 뿌린 휘발유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있다. 휘발유에 미끄러져 넘어진 임신부가 대피 도중 신지 못한 신발이 바닥에 놓여 있다. 지하철 폐쇄회로(CC)TV 영상 캡처. 서울남부지검 제공검찰에 따르면 원 씨는 이혼 소송에서 패소한 직후 방화를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난달 21일 주유소에서 휘발유 3.6L와 토치형 라이터를 구입했다. 범행 전날엔 휘발유를 소지한 채 1·2·4호선 주요 역을 돌며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초역, 영등포역, 삼성역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을 사전 답사한 것이다. 범행 직전에는 전 재산을 친족에게 송금하는 등 신변을 정리한 정황도 파악됐다.
급속히 불 번져
열차 내부가 불길에 휩싸였다. 승객들은 직원 안내에 따라 대피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하철 폐쇄회로(CC)TV 영상 캡처. 서울남부지검 제공검찰은 원 씨가 범행 피해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러 지하철의 중간인 네 번째 칸에 탑승했고, 열차가 터널을 관통하는 상황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봤다. 특히 임신부인 승객이 휘발유가 살포돼 미끄러운 바닥에 넘어져 대피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을 지른 사실을 확인했다. 신발마저 벗겨진 임신부가 기어서 도망가는 상황에서도 원 씨는 태연히 불을 붙였다. 임신부가 3초가량 늦게 대피했어도 몸에 불이 붙을 수 있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원 씨는 “방화를 통해 불에 타 죽을 마음으로 범행했다”며 “대중교통인 지하철에 방화할 경우 사회적으로 큰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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