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넘어져도 불 질러… “5호선 방화범 160명 살인미수” 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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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들고 서초-삼성역 등 답사
재산 송금 등 사전에 신변정리도

‘테러급 살상행위’ 5호선 방화… 휘발유 뿌리고 5월 31일 오전 8시 42분경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과 마포역 사이 구간에서 피의자 원모 씨(67)가 열차 바닥에 휘발유를 뿌리고 있다. 지하철 폐쇄회로(CC)TV 영상 캡처. 서울남부지검 제공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에 불을 지른 60대 남성이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정황이 드러나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 당시 임신부 승객이 휘발유에 미끄러져 대피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을 지른 사실도 확인됐다.

대피하다 쓰러져도 원 씨가 불을 붙이려고 준비하는 사이 승객들이 놀라 대피하고 있다. 한 임신부(아래 가운데)가 휘발유에 미끄러져 신발이 벗겨진 채 넘어져 있다. 지하철 폐쇄회로(CC)TV 영상 캡처. 서울남부지검 제공
서울남부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손상희 형사3부장)은 25일 피의자 원모 씨(67)를 살인미수, 현존 전차방화치상,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원 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8시 42분경 여의나루역에서 마포역 사이 1.6km의 한강 하저터널을 운행 중이던 5호선 열차 안에서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질러 승객 약 160명의 생명을 위협하고 이 중 6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테러에 준하는 살상행위”라고 밝혔다.

태연히 불 질러
원 씨가 바닥에 뿌린 휘발유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있다. 휘발유에 미끄러져 넘어진 임신부가 대피 도중 신지 못한 신발이 바닥에 놓여 있다. 지하철 폐쇄회로(CC)TV 영상 캡처. 서울남부지검 제공
태연히 불 질러 원 씨가 바닥에 뿌린 휘발유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있다. 휘발유에 미끄러져 넘어진 임신부가 대피 도중 신지 못한 신발이 바닥에 놓여 있다. 지하철 폐쇄회로(CC)TV 영상 캡처. 서울남부지검 제공
검찰에 따르면 원 씨는 이혼 소송에서 패소한 직후 방화를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난달 21일 주유소에서 휘발유 3.6L와 토치형 라이터를 구입했다. 범행 전날엔 휘발유를 소지한 채 1·2·4호선 주요 역을 돌며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초역, 영등포역, 삼성역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을 사전 답사한 것이다. 범행 직전에는 전 재산을 친족에게 송금하는 등 신변을 정리한 정황도 파악됐다.

급속히 불 번져
열차 내부가 불길에 휩싸였다. 승객들은 직원 안내에 따라 대피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하철 폐쇄회로(CC)TV 영상 캡처. 서울남부지검 제공
급속히 불 번져 열차 내부가 불길에 휩싸였다. 승객들은 직원 안내에 따라 대피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하철 폐쇄회로(CC)TV 영상 캡처. 서울남부지검 제공
검찰은 원 씨가 범행 피해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러 지하철의 중간인 네 번째 칸에 탑승했고, 열차가 터널을 관통하는 상황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봤다. 특히 임신부인 승객이 휘발유가 살포돼 미끄러운 바닥에 넘어져 대피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을 지른 사실을 확인했다. 신발마저 벗겨진 임신부가 기어서 도망가는 상황에서도 원 씨는 태연히 불을 붙였다. 임신부가 3초가량 늦게 대피했어도 몸에 불이 붙을 수 있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원 씨는 “방화를 통해 불에 타 죽을 마음으로 범행했다”며 “대중교통인 지하철에 방화할 경우 사회적으로 큰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5호선#지하철 방화#휘발유#여의나루역#마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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