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도로에서 한 순찰차량이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2022.5.2 뉴스1
“와주세요…○○동 190-140…”
지난 20일 새벽 4시 29분쯤 서울 강남경찰서 논현1파출소에 전달된 신고는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상황실로부터 서울 강남경찰서 논현1파출소에 전달된 내용은 ‘횡설수설’과 존재하지 않는 주소. GPS(위치정보시스템)에 따른 신고자 위치도 불분명했고, 이동통신사에 등록된 주소와도 일치하지 않아 막막한 상황이었다.
우선 출동에 나선 문영훈 경사 등 순찰 3팀 경찰관들은 녹음된 신고자의 음성을 다시 들어보기로 했다. 5분 가까이 흐릿한 발음에 이해하기 힘든 말 소리만 이어졌다. 더 이상의 단서는 없다고 생각한 순간, 문 경사의 귀에 또렷한 말이 꽂혔다.
“응급실…”, “문 따고 들어와도 돼요.”
위급한 상황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경찰관들은 곧바로 신고자의 음성에 담겼던 숫자를 하나하나 조합해가며 모든 가능성을 좇았다.
‘190-14’, ‘190-1’, ‘190-4’, ‘19-14’, ‘19-1’…비슷한 번지수 건물을 탐문하고, 이동하고, 다른 건물에 내려 다시 탐문했다.
“혹시 이곳에 ○○○ 씨 계실까요. 30대 여성분이요.” “그런 사람 없는데요.”
수차례 허탕이었지만, “응급실” 하나의 단어 만으로 경찰관들은 90여분간 강남 일대 골목길을 누비며 집념의 수색을 놓지 않았다.
다섯 번째 건물 앞. 한 세대 앞에 놓인 택배 상자 하나가 문 경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상자 위에 붙은 스티커엔 신고자 이름 석 자가 적혀있었다.
경찰관들은 곧바로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다. 한 번 더 세게 두드렸지만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최후의 수단, 강제로 문을 여는 일만 남았다.
‘과잉 대처’라는 항의를 받을 수 있어 찰나의 고민이 스쳤지만, 생명이 위험하거나 범죄에 노출됐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강제 개문하기로 결정했다.
“문 열겠습니다!”
덜컥 문이 열리자 침대 위에 조용히 누워있는 한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신고자였다. 그의 바이털을 확인한 경찰관들은 신고자의 동의를 받아 집안을 살펴보다, 신고자가 과거 심혈관계 질환을 진단받으며 받았던 자료를 발견했다.
이후 소방 구급대가 자료를 참고해 건강 상태를 확인한 결과, 다행히 신고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자는 경찰관들에게 연신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자가 알 수 없는 말을 반복해 신고내용 상 ‘횡설수설’로 기재됐지만 상황을 예단하지 않고 녹취를 면밀히 분석해 위해 가능성을 확인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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