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산 중턱에 부러진 127m 풍력발전기…2개월째 방치된 이유는

  • 뉴스1
  • 입력 2025년 6월 26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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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책임지나”…구조물 그대로
조사 지연·행정 공백에 주민 불안 커져

21일 오전 2시 50분쯤 화순군 도암면 우치리 화학산 능선에 세워진 4.7MW 발전기 1대가 전도된 모습. 독자 제공
21일 오전 2시 50분쯤 화순군 도암면 우치리 화학산 능선에 세워진 4.7MW 발전기 1대가 전도된 모습. 독자 제공
전남 화순 산 중턱에 설치됐다가 부러진 대형 풍력발전기가 사고 발생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현장에 방치돼 있다.

구조물이 방치되면서 풍력사업 전반에 걸친 책임 공백과 안전관리 체계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26일 화순군에 따르면 풍력발전기 전도 사고는 지난 4월 21일 오전 2시 50분쯤 화순군 도암면 우치리 화학산 능선에서 발생했다.

해당 지점에 설치된 4.7㎿급 풍력발전기 타워(높이 127m)가 중간에서 부러지며 구조물이 전도됐다.

사고가 난 발전기는 독일 지멘스가메사가 제작한 설비로 민간이 조성한 풍력발전단지 내 11기 중 하나다.

발전기는 2023년 6월에 상업 운전에 들어가 현재는 하자 보증 기간 2년 내에 해당한다.

현재 제작사, 시공사, 보험사 간 책임 소재 판단이 지연되고 있다. 사고 원인 조사는 타워 제작사인 지멘스가메사 내부 기술진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해 관계 당사자인 제작사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만큼 조사 결과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화순군 관계자는 “지멘스가메사 측이 글로벌 기업인 만큼 관련 절차가 원활히 진행되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16년 강원 태백에서도 유사 사고가 발생했으나 제작사의 자체 조사로 인해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현재는 타워 이음새 구조 또는 블레이드 불균형에 따른 충격 누적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공식 조사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책임소재 공방으로 인한 구조물 방치 탓에 안전 문제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게 됐다.

해당 부지는 민간인 출입 금지 지역이지만 시야에 잘 들어오는 산 중턱이어서 지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화순군 도암면 주민 A 씨는 “독일 회사가 관리해서 언제 철거되는지도, 왜 무너졌는지도 모른다고 들었다”며 “결국 큰 회사들끼리 싸우다 흐지부지 끝날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사고기 인근인 청풍면에서 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주민 60대 김 모 씨는 “주민들은 접근 불가능하도록 조치를 해뒀지만 장마 오고 태풍 시즌이 다가오는데 다른 발전기도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화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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