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닥다닥’ 시장 골목 빠르게 출동…전북소방 ‘지능형 시스템’ 구축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29일 1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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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소방본부가 전주 남부시장에 화재 발생 때 출동 시간 단축에 도움을 줄 ‘지능형 출동시스템’을 구축한 가운데 소방관들이 시장 내 한 점포에서 불이 난 상황을 가정해 이뤄진 출동 훈련하고 있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수백 개의 점포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전통시장은 불이 나면 대형 피해로 이어진다. 소방청 집계 결과 2013~2022년까지 10년간 509건의 전통시장 화재로 1387억 원의 피해가 났다. 소방 당국은 전통시장 화재 발생에 따른 피해 규모를 줄이기 위해선 발화지점까지의 신속하게 도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로형의 좁은 골목 구조와 내비게이션에 나타나지 않는 각 점포의 위치는 신속한 현장 도착의 걸림돌이다.

전북소방본부는 전통시장 화재 때 신속한 현장 도착에 도움을 줄 ‘지능형 출동시스템’을 전주 남부시장에 구축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고 29일 밝혔다. 지능형 출동시스템은 전북소방본부가 제안하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광주·호남지역본부가 예산을 지원해 만들었다.

전북소방본부는 시스템 구축을 위해 남부시장 전역을 실측해 점포, 출입구, 통행로, 소방시설 등의 위치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장 구조를 그대로 반영한 전자지도와 지리정보시스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점포 이름만 검색해도 해당 위치와 경로가 자동으로 안내될 수 있는 기능을 구현하고, 여기에 차량 위치 추적 시스템(AVL)을 접목해 119종합상황실과 출동 차량, 현장 지휘관이 동일한 지도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도록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능형 출동시스템은 전주 남부시장 내 A 상회에서 불이 난 상황을 가정해 진행한 훈련에서 효과를 입증했다. 관할인 교동119안전센터에서 기존 방식으로 출동하면 8분 13초가 소요됐지만, 시스템 적용 후엔 5분 25초가 걸려 2분 48초가 줄었다.

전주 남부시장은 282개 점포 가운데 90% 이상이 내비게이션으로는 검색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특정 점포 이름으로 신고가 이뤄지면 내비게이션이 남부시장 공영주차장으로 자동 안내해 출동 과정에서 실제 현장을 재설정해야 한다.

시장 출입구가 9개나 돼 어느 곳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대응 시간이 달라지는 구조적 문제도 갖고 있다. 이는 출동 혼선과 지연으로 이어져 1분 1초가 급한 화재 현장 도착의 걸림돌이 돼 왔지만, 지능형 출동시스템 구축으로 신속한 출동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전북소방의 설명이다.

전북소방본부는 전주 남부시장에 적용한 지능형 출동시스템의 성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소방청에 보고하고, 이 시스템이 전국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사례 공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전국 단위 통합 시스템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오숙 전북소방본부장은 “전통시장 출동시스템은 기술과 현장을 연결한 전국 최초의 시도”라며 “이 시스템을 도내 전통시장 전역으로 확대해 도민이 체감하는 현장 중심 안전 체계를 완성하겠다”라고 말했다.

전북소방본부는 이와 함께 전통시장 화재 예방 점검 체계도 개선하기로 했다. 그동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3년 주기로 하던 점검을 소방이 함께 진행하고, 불량사항에 대해 권고가 아닌 행정처분을 내려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를 이어가기로 했다. 전통시장 내 자율소방대의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진행 중인 합동훈련, 현지 적응훈련, 소방 통행 훈련도 지속해서 실시하고, 매월 둘째 주 수요일에는 ‘안전하기 좋은 날’ 캠페인을 벌인다.
#전북소방#전통시장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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