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일회용 마스크가 땅속 생태계 위협”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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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T-베를린자유대 공동연구
화학첨가제 등 토양생물 영향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버려진 수십억 개의 일회용 마스크가 토양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환경·에너지공학과 김태영 교수와 김종현 박사후연구원이 독일 베를린자유대 등과 함께 수행한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가 토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폐기된 마스크에서 유래한 미세플라스틱과 화학 첨가제가 토양 생물인 예쁜꼬마선충의 생식력과 대사 체계를 교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쁜꼬마선충은 약 1mm 길이의 작은 생물로, 토양에 널리 서식하며 농작물에 영양을 공급하고 토양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폐마스크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이 단순한 플라스틱 입자가 아니라 제조 과정에서 첨가된 특정 화학물질과 결합해 생물학적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자 수준에서 최초로 입증했다.

연구는 세 종류의 일회용 마스크(KF94, 의료용, 방진용)와 비교용 폴리프로필렌(PP) 원료를 각각 표준 토양에 혼합해 예쁜꼬마선충의 생식력과 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험 농도는 토양 내 미세플라스틱 비율을 0.1%와 0.3%로 설정했으며, 각 그룹의 꼬마선충 번식 능력(부화한 유충 수)을 정량 측정했다.

이후 혼합물에서 각각의 화학물질을 분리한 뒤,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LC-MS)을 활용해 선충의 대사 변화와 마스크에서 검출된 화학 첨가제를 정밀 분석했다.

실험 결과, 0.3% 농도에서 KF94 및 방진용 마스크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선충의 번식력은 각각 33%, 46%까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의료용 마스크와 PP 원료 섬유는 생식 독성 면에서 유의미한 영향을 보이지 않았다.

김 교수는 “일회용 마스크에서 배출된 미세플라스틱과 마스크 제조 과정에서 사용된 화학 첨가제가 토양 생물에 미치는 독성을 규명했다”며 “마스크 폐기물의 장기적인 환경 영향을 평가하고, 친환경 마스크 소재 개발과 처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독성학 분야 국제학술지 ‘생태독성학과 환경 안전(Ecotoxicology and Environmental Safety)’에 지난달 3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일회용 마스크#미세플라스틱#토양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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