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60일에 뇌수술’ 10년간 누워지낸 11살, 3명에 새 삶 선물하고 하늘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일 0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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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우 군.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김연우 군.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생후 60일 만에 뇌 수술을 받아 누워서 생활해야만 했던 10대 소년이 장기기증으로 3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5월 24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김연우 군(11)이 심장과 양쪽 신장을 기증하고 눈을 감았다고 2일 밝혔다.

김 군은 2014년 5월에 태어나 생후 60일 만에 뇌 수술을 받은 뒤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생활했다. 2019년 심정지로 뇌 기능이 저하되면서 장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자 가족은 뇌사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김 군의 가족은 기증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연우가 못했던 것들을 다른 아이로 인해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며 “연우가 다른 누군가의 몸에서라도 맛있는 것을 먹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행복한 삶을 살기를 원했다”고 했다.

김연우 군.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김연우 군.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경기 용인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난 김 군은 생후 한 달이 되던 무렵 소아과에서 예방접종을 받고 울던 중 이마와 얼굴 한쪽이 움직이지 않는 이상 증세를 보였다. 뇌에 문제가 있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종합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 정밀검사를 통해 뇌간 부위에 수술이 필요한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 군은 생후 1개월이라 수술을 받을 수 없어 수술이 가능한 8~9개월이 될 때까지 치료를 받으며 기다렸다. 그러나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반대쪽 얼굴마저 마비가 오면서 불가피하게 응급 수술을 받게 됐다. 수술 이후 김 군은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누워서 생활해야만 했다.

김연우 군.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김연우 군.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김 군의 어머니는 “연우야, 엄마 아빠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맙고, 이 세상에 오기까지 고생 많았어. 우리 나중에 다시 만나면 하지 못했던 것들 다시 하자. 엄마 아빠가 미안하고, 우리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 연우 때문에 행복했고, 너무 사랑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김 군의 가족은 “연우가 한 번도 먹어 본 적도, 웃어본 적도 없기에 이식을 받은 아이에게로 가서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며 “아픈 아이를 오래 키우다 보니 아픈 자식을 돌보는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수혜자와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연우 군.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김연우 군.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최근 어린이의 기증으로 마음 한편이 무겁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증을 결정해 주신 연우 군 부모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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