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주 동안 서울에서만 민원 1589건 폭주
서울시 “내성 강해…대형 끈끈이 트랩 고려”
일명 ‘러브버그’로 알려진 붉은등우단털파리가 수도권 도심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6월20일 서울 도심에 출몰한 러브버그의 모습. 2024.6.20 뉴스1
“어제 밤, 집 안에서 러브버그 20쌍을 잡았어요. 사실 이것보다 훨씬 더 많았는데 워낙 천장 등 높은 곳에 있어 물을 뿌릴 수도, 빗자루로 쓸어낼 수도 없어 쳐다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러브버그’ 습격이다. 몇해전부터 차츰 보이기 시작한 러브버그는 올해 서울과 수도권을 잠식했다. 시민들은 해충이 아니라 ‘익충’이라는 말에 서울시 등에서 안내한 친환경 방제 방법을 따르고 있지만 물을 뿌리고 빗자루로 쓸어내는 등의 방식으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러브버그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에 접수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지난달 9일부터 24일까지 약 2주 동안 1589건에 달한다.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2022년 4378건에서 지난해 7월 기준 9296건으로 매년 증가해왔다. 특히 올해는 지난 한 해 동안 접수된 민원의 17% 이상이 본격 더위가 시작하기도 전인 6월 2주 만에 접수되는 등 ‘러브버그 민원’이 짧은 기간 폭증하고 있다.
러브버그라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는 붉은색의 가슴과 검은색의 날개를 가진 소형 곤충으로, 최근 몇 년 사이 기후변화 영향으로 대량 출몰하고 있다.
러브버그는 해충이 아니다. 오히려 썩은 나뭇잎 등에 서식하며 유기물을 분해해주는 익충에 가깝다. 그러나 러브버그라는 이름처럼 암수 한쌍이 꼬리를 맞대고 날아다니는 것은 물론 최근 유난히 많은 개체가 출몰, 시민에게 큰 불편함을 주고 있다.
서울에서도 지난 2022년부터 서북권을 중심으로 러브버그가 대량 발생하자 지난해 시는 ‘서울시 대발생 곤충 관리 및 방제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국립생물자원관과 친환경 관리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LED 전구 빛을 사용해 러브버그를 잡는 친환경 광원포집기를 설치해 시범 운영 중이다. 러브버그가 꽃향기를 찾는 습성을 이용해 향으로 포집하는 시범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시와 환경부 등이 안내하는 예방 수칙으로는 △야간 조명 밝기 최소화 △방충망 점검 △외출 시 어두운색 옷 착용 △차량 부식 방지를 위해 자주 세차하기 △벽이나 창문에 붙은 개체는 살충제 대신 휴지·빗자루를 이용하거나 물을 뿌리는 방법 등이 있다.
다만 시민들은 이같은 친환경 방제로는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러브버그에 대한 대처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A씨는 “요새 아침을 밤 사이 죽어 거실 바닥에 떨어진 러브버그를 치우는 일로 시작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제 밤에만 집 안에서 러브버그 20쌍 이상을 잡았다”며 “손에 닿지 않는 높은 곳에 붙어 있는 러브버그는 물을 뿌릴 수도, 빗자루로 쓸어낼 수도 없어 쳐다보기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친환경 방제로 러브버그를 제어하기엔 개체수가 말도 안되게 늘어나고 있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금천구에 거주하는 B씨도 “저녁에 불을 켜두면 집 안으로 러브버그가 수십마리 들어오는데 대부분 높은 곳에 붙어있어서 물을 뿌리거나 빗자루로 쓸어 잡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며 “익충이라 친환경 방제를 해야된다는 건 머리로는 알지만 실제로 맞닥뜨리면 다른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30일 오후 인천 계양구 계양산 정상에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 무리가 대량 출몰한 가운데 계양구청 공원녹지과 산림보호팀 관계자들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2025.6.30 뉴스1
서울시는 러브버그가 해충이 아니라 ‘익충’이라는 점을 더욱 홍보하는 한편 기존 친환경 방제보다 더욱 적극적인 방제 방법의 도입을 고려 중이다.
시 관계자는 “러브버그는 다른 곤충에 비해 항생제 등에 내성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러브버그를 없애기 위해 살충제를 쓸 경우 러브버그가 아닌 다른 익충들이 모두 죽어버리게 된다”며 “이는 향후 생태계에 굉장히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같은 이유로 살수 등 친환경 방제를 강조하는 한편 러브버그가 해충이 아니라는 점을 시민들에게 홍보, 현재로선 인식개선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인천시에서도 러브버그 방제를 위해 대형 끈끈이 트랩 등을 도입한 것처럼 (서울시) 역시 이같은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적극적인 방제를 원하는 시민과 친환경 방제를 강조하는 환경단체의 의견이 서로 달라 이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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