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인구 센서스(Census·총조사)가 시작된 지 100년을 맞아 통계청이 올해 인구주택총조사 항목에 ‘결혼계획·의향’, ‘가구 내 사용 언어’, ‘비혼동거’ 등을 추가하기로 했다. 저출산·고령화에 다문화 가구, 외국인 인구 증가 등 한국의 경제·사회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해 관련 정책 설계의 기초자료로 삼기 위함이다.
전문가들은 5년마다 진행되는 인구주택총조사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가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정부 정책은 물론 민간 기업 전략 수립의 토대가 되는 만큼 적극적인 조사 참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3일 통계청은 올해 인구주택총조사의 표본조사 항목을 5년 전과 동일한 55개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전 주기와 조사 항목 개수는 같지만 그 내용은 달라진다. 신규 항목은 7개, 중지 항목은 7개, 수정된 항목은 18개다. 통계청 관계자는 “올해 조사 항목은 한국의 다양한 사회·경제 변화를 담아내고 국민 응답 부담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화 등 정책 수요를 반영한 ‘가족돌봄시간’이 새로 추가됐다. ‘노령, 건강 문제 등의 이유로 대가 없이 지속적으로 돌보는 가족이나 친인척이 있는지, 일주일 동안 몇 시간이나 돌보는지’ 등을 물을 예정이다. 저출생 현상을 고려해 ‘결혼 계획·의향’ 항목도 더해졌다.
다문화 가구 및 체류 외국인 대상의 ‘가구 내 사용언어’, ‘한국어 실력’ 조사도 새로 추가될 예정이다. 임대주택 거주 가구의 규모 및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임대 주체’도 신규 조사 항목에 이름을 올렸다. 임대 형태로 거주할 경우 임대 주체가 민간(개인, 임대사업자, 법인) 혹은 공공(공사 및 공단, 정부 및 지자체)인지를 묻게 된다.
‘가구주와의 관계’ 문항 답변에 ‘비혼 동거(함께 사는 연인)’ 등이 추가된 점도 새롭다. 통계청 관계자는 “결혼과 동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를 반영하고 점차 다양해지는 가구 형태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분들이 꼭 필요하다고 요청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2024년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녀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67.4%로 10년 전(46.6%)과 비교하면 20%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5년 전 총조사 당시 민감한 조사 항목으로 지적됐던 ‘출산 자녀 수’와 ‘자녀 출산 시기’는 행정자료로 대체해 현장조사를 진행하지 않는다. 초혼 기준 ‘혼인연월’과 출산 자녀 수 중 ‘사망 자녀 수’도 응답 거부가 심한 항목임을 고려해 조사 중지를 결정했다.
● 10월 22일부터 조사, 응답 편의에 초점
올해 인구주택총조사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된다. 먼저 10월 22일부터 31일까지 열흘간 인터넷(PC·모바일) 및 전화 조사가 이뤄진다.
조사 대상은 표본으로 추출한 대한민국 영토 내 전국 가구의 20%다. 인터넷·전화조사가 시작되는 시점으로부터 최소 2∼3일 전에는 우편으로 참여 대상 가구에 안내가 완료될 예정이다.
11월 1일부터 18일까지는 인터넷과 전화 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이들을 현장조사원들이 직접 방문해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해당 기간 중 인터넷·전화조사 참여도 가능하다.
통계청 관계자는 “현장 조사 시에는 되도록 종이 조사표가 아닌 태블릿PC를 통해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라며 “종이 조사표는 조사원들이 종이에 직접 입력해야 하는 반면 태블릿PC 조사는 그 자리에서 서버로 바로 데이터가 입력돼 개인정보 보호가 더 강화된다”고 전했다.
통계청은 올해 조사부터 모바일 등 전자조사표 입력 시스템도 고도화할 방침이다. 전자조사표는 모바일, 태블릿PC 등 기기별 화면크기에 맞게 설계했다. 또 기존에는 인터넷·전화조사 응답자만 대상으로 모바일 상품권 경품 추첨 행사를 진행했지만 올해부터는 경품 추첨 대상자를 모든 응답자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는 1925년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인구 센서스가 100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센서스는 특정 시점에 한 국가 또는 일정한 지역의 모든 사람과 가구, 거처와 관련된 인구·경제학적, 사회학적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 제공하는 전(全) 과정을 일컫는 말이다.
인구 센서스 결과는 국가 자원의 활용 및 배분, 경제 발전 목표 수립, 정책 방향 확립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간의 조사 항목과 데이터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며 “국가 정책은 물론 민간 기업의 향후 전략 수립에도 매우 중요한 조사”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00년간 달라진 조사 항목을 관찰하면 한국의 경제·사회 변화를 정확히 들여다볼 수 있다. 조사가 처음 시작된 1925년에는 ‘성명, 성별, 출생연월’ 등 간단한 조사만 진행됐다. 1955년에는 6·25전쟁 직후인 만큼 ‘불구 상태, 남한 전입 시기’ 등이 조사 항목에 포함됐다.
이후부터는 급격히 발전하는 한국의 경제 상황이 반영됐다. 1970년 조사 때는 전자기기 소유 여부를 확인했고 1980년 조사에서는 거처 종류 중 ‘아파트’가 추가됐다. 2000년부터는 자동차 보유 여부를, 2020년 조사에서는 1인가구 사유가 조사 항목에 새로 담겼다.
안형준 통계청 차장은 “센서스 100년이 되는 2025 인구주택총조사는 코로나19 이후 처음 실시하는 약 500만 가구 대상 대규모 표본조사로서 다양한 우리나라의 사회·경제 변화상을 파악하게 된다”며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확한 응답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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