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에 뒤덮인 계양산 정상…“이번 주말이 고비 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4일 1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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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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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네요. 오전부터 작업을 했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

4일 오후 인천 계양산 정상. 정자 위를 덮은 수만 마리의 붉은등우단털파리(일명 러브버그) 사체를 치우며 물을 뿌리던 환경부 관계자는 고개를 내저었다. 공중을 떠다니는 러브버그 떼는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려울 만큼 빽빽했고, 쌓인 사체에서 나는 악취는 코를 찔렀다.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 직원들은 물과 에어건을 동원해 산 정상 일대에 수북이 쌓인 사체를 치웠다 .하지만 금세 다시 러브버그 떼가 내려앉기를 반복했다.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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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간에 설치된 끈끈이에는 이미 수만 마리의 러브버그가 붙어 있었고, 채집망으로 직접 곤충을 잡는 작업도 이어졌다. 3시간 동안 채집한 곤충망은 사람이 들고 있기 버거울 정도로 무거웠다. 현장에는 빛으로 곤충을 유인하는 광원 포집기도 설치됐다.

국립생물자원관 길현종 기후환경생물연구과장은 “러브버그는 토양 정화에 도움이 되는 익충이지만, 살충제에 대한 내성이 강해 약제를 쓰면 다른 곤충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친환경 방식으로 방제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는 비가 적게 내려 낙엽 밑 알이 쓸려 내려가지 않았고, 교미를 위해 탁 트인 산 정상에 대거 몰린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주말(5~6일)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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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버그 대량 출몰은 민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올해 접수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1512건으로, 2023년 115건의 13배를 넘겼다. 계양산을 관할하는 계양구청 관계자는 “지난 주말에 비해 현재 개체 수는 약 90%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시민 불편이 사라질 때까지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에서도 상황은 심각하다. 서울시는 올해 6월까지 러브버그 관련 민원이 4695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체(9296건)의 절반을 이미 넘긴 수치다. 시는 소방서와 협력해 살수 방역을 벌이고 있으며, 광원 포집기와 향기 유인제 등도 시범 도입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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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국회 자료 요청에 따라 각 시군에 러브버그 현황을 파악 중이다. 3일 시군에 자료 제출을 요청했고, 8일까지 취합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민원은 오산시 1건뿐이며,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는 관련 민원 접수가 없었다.

반면 광명시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화 민원 587건, 국민신문고·홈페이지 등 전자 민원 233건 등 총 820건의 러브버그 민원이 접수됐다. 광명시는 지난달 30일 대대적인 방역을 벌였고, 이후 관련 민원은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흥시도 6월 1일부터 현재까지 99건의 방역 요청 민원이 접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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