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험생 원서에 적힌 전화번호를 보고 사적 문자를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당시 감독관이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판사 진현지·안희길·조정래)는 지난달 26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의 파기환송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 30대 수능 감독관, 수험생 원서 보고 문자 연락
서울의 한 공립학교 교사 A 씨(30대)는 지난 2018년 11월 15일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수험생 B 씨 연락처로 같은 달 25일 “사실 B 씨가 맘에 든다”는 등 메시지를 발송했다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가 재판을 받을 당시에는 구(舊)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됐으며, 해당법 제 19조 등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 용도로 이용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었다.
■ 1심 “구 개인정보보호법 19조 적용 못해”
1심 재판부는 “A 씨는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아니라 개인정보처리자인 서울시교육청의 지휘·감독을 받는 ‘개인정보취급자’에 해당한다”며 개인정보보호법 19조를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며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 2심 “규정 체계적 해석해야”유죄 선고
반면 2심 재판부는 “개인정보보호법 입법목적에 비춰 볼 때 개인정보 보호에 틈이 없도록 관련 규정을 체계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A 씨를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로 보고 유죄 판단해 1심 선고를 취소하고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 대법원 “‘개인정보 제공받은 자’로 보기 힘들어 처벌 불가”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은 본래 개인정보 수집·이용 목적의 범위를 넘어 개인정보의 지배·관리권이 인정되는 것”이라며 “구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에서 말하는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의 지배·관리권을 이전받은 제 3자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독자적 이익을 위해 개인정보를 이용할 수 없는 자는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 씨는 개인정보처리자인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지휘·감독 하에 수험생들의 개인정보를 처리한 자로, 개인정보취급자에 해당할 뿐 개인정보처리자인 서울특별시교육청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로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피고인에게 위 규정에 따른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상고하지 않으면서 해당 판결은 확정됐다.
한편 2023년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면서 현재는 수능감독관 등이 수험생의 정보를 목적 외로 이용할 경우 처벌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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